금값 훨훨 나는데..저축은행, 골드바 사업 줄줄이 철수

송승섭 2021. 2. 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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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 가격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골드바를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은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골드바를 판매하는 저축은행 30곳 중 18곳이 관련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의 골드바 판매사업은 시중은행과 달리 포지티브 규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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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판매 저축銀 60%가 철수
금값 올라도 저축銀만 실적 부진
업계 "엄격한 규제·부족한 점포가 원인"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 가격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골드바를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은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엄격한 규제와 부족한 영업망 탓에 시장에서 버텨내질 못하고 줄줄이 발을 빼는 모습이다.

저축銀 30곳 중 18곳이 골드바 사업 철수

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골드바를 판매하는 저축은행 30곳 중 18곳이 관련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최초로 골드바를 판매한 애큐온저축은행(구 HK저축은행)은 물론 SBI·한국투자저축은행 등 대형사도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뗐다.

저축은행의 골드바 판매는 부대수익 확보와 서비스 다양화를 명목으로 2016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금융당국이 상호저축은행 표준업무방법서에 금 판매대행업무를 신설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24개 회사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6곳이 추가로 뛰어들며 한 때 30곳으로 늘어났지만 상당수 업체가 사업성을 이유로 철수했다.

저축은행의 골드바 판매사업은 업계 규모를 불문하고 흥행한 곳이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골드바를 판매했던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괜찮은 사업이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시작했는데 안정적인 수익 확보라는 목표가 무색해질 정도로 미비했다"면서 "실적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금가격 올라도 저축은행 실적만 미미

저축은행들의 이런 사정은 불안정한 세계경기로 금값이 치솟고 관련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추세와 대조된다. 우리은행 금 가격조회 서비스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를 시작했을 당시 그램(g)당 4만6549원이던 금가격은 지난2일 기준 6만6351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시중은행 골드바ㆍ골드뱅킹 판매실적은 규모와 증가폭에서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18일에는 이마트24가 내놓은 285만원대 골드바 세트가 이틀 연속 완판되기도 했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판매만 허용됐을 뿐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재미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저축은행의 골드바 판매사업은 시중은행과 달리 포지티브 규제를 받는다. 표준업무방법서에 명시된 골드바 판매만 가능하고, 1g씩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 계좌 개설이나 실버바 판매는 불가능하다.

특히 저축은행의 점포망은 시중은행에 비해 현격히 적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위권 업체도 오프라인 점포는 10여곳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존 점포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점포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겨우 1~2개 있는 수준"이라면서 "가격 메리트가 엄청나지 않는 이상 골드바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인근의 시중은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주 고객이 저신용자인 만큼 고가인 골드바 사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은 기본적으로 고액에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라 자산보유량이 큰 사람들이 주로 매매한다"면서 "주로 이용하던 시중은행이나 자산관리사를 통해서 금을 사지 저축은행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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