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결로 가는 미얀마 사태..美 제재 압박에 中은 "국내 문제"
지역 영향력 키워온 中, '안보리 규탄' 에 미온적
美 원조 중단·추가 제제 꺼냈지만 "실효성 의문"
지정학 요충지 놓고 미·중 전략적 경쟁 전개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일어난 군부의 권력 장악을 쿠데타로 공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고 군부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미얀마 사태가 "국내 문제"라는 입장이라 지정학적 요충지를 둘러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와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버마 집권당 대표인 아웅산 수지와 적법하게 선출된 정부 수반인 윈 민트가 축출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89년 군부가 바꾼 미얀마라는 국명 대신 여전히 버마를 쓰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평가에 따라 버마 정부에 대한 해외 원조 중단이 필요하며, 우리의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광범위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을 포함해 미얀마 시민사회에 직접 전달하는 인도적 지원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이 미얀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원조 중단과 제재 부과를 수단으로 군부 압박에 나섰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미얀마 정부에 대한 원조 규모가 매우 작은 데다, 군부 핵심 지도자에 대한 제재도 이미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0 회계연도에 미얀마에 약 1억8500만 달러(약 2064억원)를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정부로 유입되는 금액은 극히 적다고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또 미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로힝야족 학살 및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군부 핵심 권력자 4명에 대해 서방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제재를 시행했다. 고위 당국자는 추가 제재 부과 시점과 내용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추가 제재로 군 지도자 개인에 대한 제재와 군부가 통제하는 산업 분야나 기업에 대한 폭넓은 제재, 군부와 그 가족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등이 가능하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 계좌를 보유한 군 지도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제3국이 미얀마 정부 및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미얀마에 대규모로 투자한 중국과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한 것은 지역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3년 7월 이집트에서 군부가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했을 때 미 정부는 23일 뒤에서야 쿠데타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비해 이번에는 만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국무부 발표가 나왔다.
현재 백악관 대변인인 젠 사키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쿠데타가 일어났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을 내릴 법적 의무는 없다"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제재 수단이 제한된 상황인 데다 국제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도 중국의 견제에 막히면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버마 군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면역이 돼 있어 추가 제재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은 군부를 지원할 수 있는 호재로 여기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중국이 견해 차이를 드러내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은 회원국에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아웅산 수지를 비롯한 민간 지도자 구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으나, 중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2015년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중국이 미얀마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에 달해 미국의 10배에 수준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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