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기업' 아마존 27년 일군 베저스의 아름다운 퇴진
사상 최대 분기 매출액 발표하고
이메일로 임직원에 퇴진계획 알려
미국 빅테크 창업자 한 명이 물러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가 최고경영자(CEO) 지위에서 내려선다. 그는 올해 3분기 중에 CEO 승계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베저스는 아름다운 배경 속 퇴장을 선언했다. 그의 퇴진은 아마존의 2020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인 1255억6000만 달러(약 150조6700억원)에 이르렀다는 공시와 함께 발표됐다.
베저스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마감된 직후 직원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올해 3분기에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하고 앤디 제시(웹서비스 부문 대표)가 CEO가 될 것이란 사실을 알리는 게 아주 흥분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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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발표에도 주가 상승
그렇다고 베저스가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진 않는다. 그는 편지에서 “의장으로서 나는 에너지와 관심을 신제품 개발과 혁신의 첫 물꼬를 여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앤디(차기 CEO)는 회사 내부에서 잘 알려져 있고 나만큼 아마존에서 오래 일했으며 아주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고 나는 전폭적으로 그를 믿는다”고 밝혔다.
베저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 등과 함께 카리스마형 리더로 분류된다. 이런 리더가 물러나거나 사망하면 회사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출렁거리곤 했다.
하지만 이날 아마존 주가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 등에 힘입어 주당 3400달러를 넘어섰다(시간외 거래 기준). 시가총액은 1조7000억 달러 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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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책방을 ‘1000조’기업으로
시가총액은 베저스에겐 남다른 숫자다. ‘온라인 책방’에 지나지 않은 아마존을 지난해 초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빅테크로 키워냈다. 그는 매출액이나 순이익, 재계 순위보다 시가총액을 자랑하곤 했다.
베저스는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아마존의 문을 열었다. 닷컴 열풍이 막 불기 시작한 97년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단순 온라인 책방을 뛰어넘어 음반과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또 영국과 독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아마존은 거품의 파열이 낳은 충격을 이겨낸 닷컴기업이다. 베저스는 2000년대 초 데이터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데이터 서비스 부문에서 성장한 앤디 제시가 차기 CEO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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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퇴진은 '래리 페이지 스타일'
베저스가 말한 “신제품 개발과 혁신의 첫 물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세세하게 공개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브라이언 올사브스키는 베저스가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저스의 사임은 미 IT 창업자 가운데 래리 페이지(구글)의 퇴진 모델과 비슷하다. 페이지는 옛 구글 CEO 자리를 에릭 슈미트에게 넘겨주고 혁신과 장기 전략 등에 집중했다.
베저스는 우주 프로젝트인 블루오리진, 자선기금, 워싱턴포스트(WP) 등을 관장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쓸 예정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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