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원, 부가세냐 종부세냐

송기균 2021. 2. 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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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경제-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정부·여당의 선택만 남았을 뿐

[송기균 기자]

▲ 거리로 나온 음식점, 호프집 자영업자 “영업제한 풀어달라”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 유성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제한으로 자영업이 치명적 손실을 입었다. 영업제한을 국가가 명령했으므로 그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국면에서 대규모 자영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자영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제야 손실 보전 주장이 나오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대응이다.

그나마도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부랴부랴 선심성 대책을 쏟아낸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기껏 나오는 이야기가 국채 발행이나 부가가치세 증세다. 부가세 증세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제안했다. 문제는 부가세는 소득이나 재산의 크기와 관계없이 골고루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조세의 재분배 기능에 역행하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최대 과제인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조세정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제안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바람직한 증세 방안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과도한 세금감면 특혜를 폐지하고, 둘째 부동산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며, 그러고도 부족하면 고소득자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도에 26채 주택을 소유한 임대사업자가 종부세를 1원도 안 내는데, 이런 불합리한 조세정책을 바로잡아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3조(합산배제 임대주택)는 종부세 합산배제 대상에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을 포함하고 있다. 합산배제란 "비과세"와 같은 의미의 법률용어다. 이 합산배제 조항으로 인해 주택을 수십 채 혹은 수백 채 소유했어도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 낸다.

이 지사의 제안은 이처럼 집부자인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해서 26채 임대주택 소유자에게 정상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사실 집부자들은 경기도보다 서울에 더 많이 거주한다. 얼마 전 국회가 국토교통부에 요청하여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등록 임대주택 수 최상위 3명은 모두 서울 거주자였다.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등록한 사람은 753채를 등록한 서초구의 A씨였고, 2위는 강서구의 B씨로 591채, 3위는 마포구의 C씨로 586채를 등록했다.

평균공시가격을 4억원으로 계산하면 이들 3명의 주택가액은 각각 3012억원, 2364억원, 2344억원이다. 작년 7·10대책에서 인상한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하면 이들에게 부과해야 할 종부세는 각각 180억원, 141억원 및 140억원이다.

그러나 종부세 합산배제 조항에 의해 이들 3명은 종부세를 전혀 안 낸다. 대한민국에서 주택을 가장 많이 소유한 3명의 집부자들에게 약 460억원의 종부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임대주택의 상세내역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평균 공시가격 3억원, 종부세율 2%을 적용해 계산하면 매년 9조6000억원의 종부세를 감면해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할 수 없는 청와대의 논리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현재 이 지사의 요청에 청와대와 기재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참으로 해괴하다. '임대사업자에 대해 의무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세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것이다. 세제 지원의 대가로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니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의무라고 해봐야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않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더욱이 종부세 면제는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의 일부에 불과하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 감면 혜택까지 주고 있다. 임대료 인상 5% 상한마저도 임대차3법의 시행으로 연장 계약시 모든 주택에 적용되고 있으니 더 이상 의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재명 지사는 임대주택을 "비거주 투기주택"으로 규정하고 "투기로 과대 이익을 취하는 다주택자들에게 강력히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안대로 임대사업자 종부세 특혜를 폐지하면 매년 수 조원의 세수가 증가한다. 특히 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등 다른 특혜까지 폐지하면 국가의 영업제한 명령으로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할 재원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포기한 세금을 다시 걷으면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갈 부가세 증세는 필요없다. 특히 임대등록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는 대통령령만 개정하면 되므로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당장 고칠 수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전 국민 대상 부가세를 인상할지, 아니면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특혜를 폐지할지, 청와대와 여당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기재부는 정책의 연속성을 내세워 집부자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줄곧 내세우는 '공정'은 어디로 간 것인지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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