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분까지 챙긴 조두순..나영이 아빠 "억장 무너진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과 그의 배우자가 국가로부터 매월 120여만원의 복지급여를 받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월분부터 받은 조두순 부부는 신청이 늦어지면서 받지 못한 지난해 12월 급여의 일부도 소급해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곳곳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피해 아동인 나영이 아버지도 억장이 무너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경기 안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은 출소한 지 닷새 만에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했다. 기초생활보장급여는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보장받도록 급여를 지급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다. 조두순은 출소 전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로 인한 재범을 막으려는 조치로 출소 전 교정시설에서 출소 예정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안산시는 심사에 착수했고 한 달여 만인 지난달 조씨의 수급 자격을 인정했다. 안산시는 조씨가 만 65세를 넘어 근로 능력이 없고 배우자는 만 65세 이하지만 만성질환으로 취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부 소유의 주택도 없어 관련법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조두순 부부는 지난달 말부터 기초연금 30만원과 생계급여 62만원, 주거급여 26만원 등 매달 120만원가량의 복지급여를 받게 됐다. 조두순 부부는 지난해 12월 출소 후 첫 외출에 나서면서 배우자와 함께 직접 단원구청을 찾아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 등에 대한 지급을 신청했다. 곧바로 1월분 복지급여를 수령했으며 신청 이전 받지 못했던 지난해 12월분 급여 일부도 소급절차를 통해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엔 ‘조두순에게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주목받았다. 지난달 8일 올라온 이 청원은 현재 8만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얻었다.

조두순의 피해자 ‘나영이’ 아버지는 지난달 조두순의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 소식에 “억장이 무너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나영이 아버지는 지난달 8일 한국일보에 “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 “피해자는 지금도 고통의 날을 보내고 있는데 가해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살아간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범죄 피해자는 남이 알아챌까 봐 오히려 조용히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참 가슴 아프다”고 한 나영이 아버지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피해자들도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힘을 얻고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영이 가족은 조두순 출소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며 가족과 함께 삶의 터전이었던 경기 안산을 떠났다. 2008년 12월 끔찍한 피해를 본 뒤에도 12년 넘게 안산에서 살았지만 “출소 후 아내가 있는 안산 집에 가서 살겠다”는 조두순의 말에 이런 결정을 내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