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특수 옛말?..편의점 업계, 대목 놓칠라 차별화 전략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선물 트렌드 이동
주요 편의점4사, 협업 상품으로 불황 타개 속도
유통업계의 연중 대목으로 꼽히는 ‘밸런타인데이’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에 이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비대면 선물하기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수요가 크게 쪼그라든 탓도 적지 않다.
보통 주요 기념일 매출은 요일과 시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설 연휴 마지막날인 일요일이다. 통상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경향이 큰데 주말이라는 점이 하나의 부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편의점 CU 데이터를 살펴보면 매년 밸런타인데이 일주일 전부터 당일까지 밸런타인데이가 주말에 낀 경우 매출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5년 토요일, 2016년 일요일이었을 때 밸런타인데이 시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10.2% 줄었다.
반면, 2017년부터 2020년 평일이었던 해는 최소 9.3%에서 많게는 45.5%까지 매출이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관계자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일요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밸런타인데이는 연인사이에 초콜릿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학교나 회사 등에서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주고 받는 영향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설 연휴까지 포함돼, 설 당일 쉬는 점포도 있다. 편의점 업계는 2019년부터 ‘명절 자유휴무제’를 도입해 편의점주들이 명절 때 휴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CU는 올 설에 1500개 점포, GS25는 1000~1100개 점포, 세븐일레븐은 700여개 점포가 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아예 관련 상품 발주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절 마지막 날은 대체적으로 집에서 쉬고자 하는 수요가 커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점주 A씨는 “밸런타인데이 발주는 보통 한 달 전에 마치는데, 올해는 밸런타인데이가 명절 마지막 날에 끼어있는 데다, 코로나 까지 겹쳐 과거와 비교해 발주를 40% 이상 줄였다”며 “원래 밸런타인데이는 화이트데이 보다 매출이 좋지 않다. 다른 점포도 발주 상황은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오프라인에서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찾는 손님도 줄고 있다”며 “옛날처럼 기념일을 챙기고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모바일로 선물하고 하는 영향도 어느정도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면대면 접촉을 꺼리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비대면으로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만나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골라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배경으로 유통업체들은 모바일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하거나 카카오톡 입점하기 등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밸런타인 선물 품목도 초콜릿 사탕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목걸이 시계, 팔찌, 꽃다발,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키워드는 ‘협업’으로 축약된다. 카카오프렌즈,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말표 구두약 등 이색적인 캐릭터들을 전면에 앞세웠다. 여기에 '언택트 소비'에 발맞춰 배달 서비스도 강화했다.
올해 CU는 콜라보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말표와 다시 손잡았다. 말표 구두약을 모티브로 만든 다양한 패키지에 가나초콜릿, 빈츠, 초코쿠키, 크런치, 오레오 등 인기 상품들을 세트로 담았다.
GS25는 카카오프렌즈, 어몽어스, 말랑이와 함께 관련 상품을 내놨다. 카카오프렌즈의 무지, 콘, 제이지, 라이언, 어피치 캐릭터박스에 캠핑용 가랜드, 미니 폴딩박스, 스텐컵, 커스텀스티커 등의 굿즈를 각각 동봉했다.
세븐일레븐는 시멘트 브랜드 ‘천마표’와 협업했다. 천마표시멘트 포대자루 모양을 패키지에 그대로 활용한 레트로 콘셉트의 상품으로 천마표시멘트팝콘과 인기 초콜릿 상품들을 한데 담았다.
이마트24는 하이트진로와 두꺼비 캐릭터를 앞세웠다. 두꺼비 굿즈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중장년층 모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포부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함을 극복할 재미있는 상품의 인기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개성있는 상품은 특정 편의점을 찾게 만드는 미끼상품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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