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심한 전북 미세먼지 오염 새만금 사업 탓?..일부만 사실

강찬수 2021.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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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단·도시 없는 전북 지역
2015~2019년 오염 전국 1·2위
민원 제기에 국감에서도 논란
측정소 오염 심한 곳 위치한 탓
새만금 인근엔 날림 먼지 피해
새만금 간척 사업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지난 2017년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29㎍(마이크로그램)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2018년에도 25㎍/㎥, 2019년에는 26㎍/㎥로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앞서 2015년에도 연평균 35㎍/㎥, 2016년 3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15년부터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오염도롤 공식 측정한 이래 전북은 줄곧 전국에서 1, 2위를 다툰 셈이다.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유난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염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도시·공단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북 지역이 다른 시·도에 비해 특별히 높을 이유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서해안의 새만금 사업지역 주변에서는 나지(裸地)에서 날리는 먼지에 대한 민원이 자주 발생했다.
주민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드러나 말라붙고, 바람에 흙이 날리면서 먼지가 발생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새만금 사업지역에서 날리는 먼지가 전북 지역 전체의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일까.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전북지방환경청이 지난해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의뢰해 정확한 원인 분석에 나섰다.
최근 KEI는 '새만금 사업지역 육화(陸化, 육지화) 진행에 따른 미세먼지 영향조사 및 대응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새만금 날림 먼지와 상관관계 낮아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전북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간척지. 중앙포토
지난해 여름 매립 공사가 진행 중인 새만금 갯벌 내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새만금 해창갯벌 보전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종교·시민사회단체 제공=연합뉴스]

중앙일보가 입수한 보고서에서 KEI는 "새만금 주변 지역 기상 조건과 전북 지역 미세먼지 농도와는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선 새만금 지역의 육화 지역 면적이 계속 늘어났지만, 전북지역 23개 대기측정망 자료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 지역 전체 면적 401㎢(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 중 육화 지역 면적은 2006년 20.1%(80.58㎢)에서 2018년 46.3%(185.57㎢)로 늘었고, 2019년 말에는 다시 46.4%(186.2㎢)로 늘어났다는 게 KEI의 분석이다.

자료:전북지방환경청,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또, 2018년 새만금 인근 12개 대기 측정망의 미세먼지 오염도와 풍향·풍속 등 기상관측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새만금 지역에서 초속 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도 주변 대기자동측정망의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지 않았다.

대기 중 중금속 농도를 분석했을 때도 새만금 날림 먼지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성분은 특별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를 담당한 주현수 KEI 선임연구위원은 "전북 지역의 오염도 높게 나타난 것은 대기오염 측정망이 오염 농도가 높은 지역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라며 "(측정장소를 전북 전체에 균등하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모델링해 분석해보면 전북지역 미세먼지 오염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주변 지역에 일시적 영향은 있어

국립새만금수목원 조성 예정지. [산림청 제공=연합뉴스]

전북지역 전체는 아니지만, 새만금 사업지역과 그 인접 지역에서는 새만금 날림 먼지의 영향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KEI의 설명이다.

새만금에서 날림 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고,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거나 차량 운행으로 먼지가 날릴 경우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200~300㎍/㎥까지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초미세먼지 연평균치가 1㎍/㎥ 이상 상승하는 범위(영향권 이격거리)는 약 2.4㎞ 이내라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지역 인근 6개 대기측정소의 연평균치 상승도 3% 미만으로 분석됐다.

새만금 미세먼지 영향 범위. 자료:전북지방환경청,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는 "풍향의 영향으로 사업지역 북쪽에 있는 군산·익산시보다는 북서풍 또는 서풍의 영향을 받는 부안군과 김제시 지역이 새만금 비산먼지의 영향을 조금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만금 발생 비산먼지가 주변 도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에 기여하는 정도는 익산 0.1㎍/㎥, 군산 0.8㎍/㎥, 부안 1.5㎍/㎥, 김제 1.4㎍/㎥인 것으로 분석됐다.

광화학 반응에 따른 미세먼지 2차 생성까지 고려한 대기모델 분석에서도 새만금 지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날림먼지가 전북지역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오염도를 0.66㎍/㎥를 높이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새만금 사업지역에서 발생한 날림 먼지 배출량을 고려하지 않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왼쪽)와 날림 먼지 배출량을 더한 초미세먼지 배출량(오른쪽). 자료:전북지방환경청,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 분석에서도 새만금 사업지역과 인접한 군산·부안·김제 지역에는 영향이 없지 않았으나, 전북지역 고농도 미세먼지가 새만금 날림 먼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KEI는 결론을 내렸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새만금 갯벌이 육화되면서 나지가 늘었지만, 나지가 점차 초지로 바뀌고 있어 나지 면적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토목공사도 마무리되면서 공사 차량 이동도 줄면서 새만금 날림 먼지 발생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국내외 오염물질 배출이 줄면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로 크게 개선됐다.
큰 차이는 없지만 21㎍/㎥를 기록한 서울·경기·충북·충남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날림 먼지 방지 대책은 필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간척지.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지다. 중앙포토

KEI는 보고서에서 2019년 말 기준으로 새만금 사업지역 내 육화 면적 가운데 초지가 85.8%, 나지가 14.2%를 차지하는데, 상대적으로 날림 먼지 배출이 많은 나지에 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으로 초지에서는 연간 19.6톤의 초미세먼지가 배출됐지만, 나지에서는 243.9톤이 배출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새만금 사업장 내 비포장도로를 포장하고, 물 뿌림 차량 운행을 확대하고, 평균 풍속이 초속 5m 이상일 때는 작업을 중지하는 등을 추가로 실시하면 공사장 날림 먼지 발생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나지에 식물을 추가로 심거나 비산먼지 억제제를 살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전북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재는 새만금 지역에 강수량이 많아 날림 먼지도 발생하지 않고 겨울이라 공사도 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정책협의회를 열고 향후 날림 먼지를 줄이기 위한 세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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