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트럼프 내보낸 트위터 "표현의 자유 존중해도, 범죄까지 보호는 안 해"

정원엽 2021.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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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은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 총괄
"운영원칙 위배 콘텐트 즉시 처리"

트위터는 지난 8일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 사용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8870만명)을 영구 정지시켰다. 트럼프가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시위대를 트윗으로 부추겼다는 이유. 이후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해쳤다'는 비판과 '책임감 있는 대처'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소셜네트워크(SNS) 플랫폼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국내에서도 트위터는 K팝 팬·MZ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사회·경제 주요 인사들이 메시지 전달하는 통로다. 특히 '미투'로 대표되는 한국 여성 담론에서 트위터는 빼놓을 수 없는 공론장이 됐다. 트위터 코리아의 윤채은 공공정책 총괄(상무)를 지난 12월과 1월 중순 화상으로 만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를 거친 윤 총괄은 2018년 4월부터 트위터 코리아 정책총괄을 맡고 있다.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담당 총괄. 트위터코리아 제공

Q : 미국에선 연방 의회 난입 사건에 SNS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있다.
A : 플랫폼도 사회처럼 양면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SNS를 통해 증폭될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의 공론화나 해시태그(#) 운동 등 긍정적인 영향도 크다. 플랫폼 기업이 부작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다.

Q : 여러 SNS 중 트위터의 강점이 뭔가.
A : '지금' 한국 사회를 읽는 바로미터다. 트위터는 실시간성, 속보성, 확산성 3가지 특징이 있다. 포털은 개인의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은 사적 소통이 중심이다. 반면 트위터는 지금 사회에서 이뤄지는 주요한 대화가 가감 없이 올라오고 퍼져나간다. 예컨대 '스쿨 미투(교내 성폭력)'를 포함한 여성인권 담론도 트위터를 기반으로 확산됐다.

Q : 트위터가 미투 등 여성 이슈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나.
A : 건강한 공공대화를 장려하기 위해 여성 의제(Women's Agenda)를 우선순위 중 하나로 두고 있긴 하다. 하지만 특정 이슈에 집중하기보단 한국사회에서 고민하는 내용이 트위터에 반영됐을 뿐이다. 2018년엔 '스쿨미투'가 트위터 주요 사회 사건 1위에 올랐고, 2019년엔 '페미니즘'과 '82년생 김지영'이 10위 안에 들었다. 2020년에도 'N번방', '낙태죄' 등이 10위 이내였다.

Q : 트위터에서 여성담론이 활발한 이유는 뭘까.
A : 익명성과 네트워크 때문이다. 트위터의 익명성을 통해 미투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었다. 리(Re)트윗을 통해 의견이 빨리 퍼지고 연대가 일어나는 파급력도 있었다. 기성 미디어에서 주목받지 못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사회적 아젠다로 만드는 '21세기 신문고' 역할을 하는 거다. 환경, 평등, 표현의 자유, 인터넷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등 다양한 분야의 캠페인이 트위터에서 일어난다.

2020년 한국 트위터에서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와 주요 인물. [트위터코리아]

Q : 허위정보가 익명성 뒤에 숨어 퍼지기도 하는데.
A :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익명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아랍의 봄, 미투, 흑인인권운동(BLM)에서 익명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사회변화를 이끈다는 것이 증명됐다. 물론, 익명성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콘텐트는 24시간 내내 신고를 받고 즉시 처리한다.

Q : 불법 성 착취물이 유통되는 통로로도 쓰인다.
A : 디지털 성범죄물은 제가 트위터 코리아에 온 후 최우선 과제로 집중하는 부분이다. 익명성을 존중한다고 해서 범죄까지 보호하진 않는다. 여성가족부·여성인권진흥원과 소통하고 있고 경찰청이나 인터폴 등 수사기관과도 협조해 위법 게시물을 처리한다. 수억 건씩 쏟아지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부정적인 콘텐트의 80%를 걸러내고, 사람이 추가로 더 모니터링도 한다. 'N번방 방지법' 시행 후 불법 촬영물 유통을 막는 책임자를 지정했다. 성 착취물만 전담하는 사이버범죄팀도 있다.

트위터 투명성 보고서. 이달 12일 지난해 1월~6월까지 내용이 업데이트됐다. 최근 3년간 한국의 정보요청 및 삭제요청 건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Q : 방탄소년단(BTS) 등 K팝 팬, MZ세대에게 트위터가 다시 인기다.
A : 지난 1년간 K팝 트위터 게시물은 61억건이나 됐다. 게임 등 다른 주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BTS 팬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흑인인권운동(#BLM)을 지지하는 등 선한 영향력도 보여줬다. MZ세대는 트위터에서 트렌드를 확인하고 콘텐트 발견·공유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Q :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은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 트위터의 역할은?
A :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에 기반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올해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건전한 정치 담론이 형성될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다. 글로벌로 확장하는 K팝 관련 대화가 트위터에서 더 활발해지도록 하는 데도 집중할 예정이다.

■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정책담당 총괄

「 -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 국가인권위원회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 트위터코리아 정책담당총괄(상무)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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