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전지원' 이목쏠린 신한울 3·4호기..허허벌판에 4년 전 공사 멈춘채 '적막'
2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고목리. 신한울 원전 제1·2건설 현장은 드나드는 차량이 거의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공정률 98%를 넘긴 신한울 1·2호기 공사가 4년째 중단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건설현장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신한울 원전 3·4호기가 들어설 부지도 함께 위치해 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부지는 종합설계용역 도중 공사가 중단돼 허허벌판인 상태였다.
원전 건설 예정부지 주변 경계는 삼엄했다. 원형철조망을 얹은 철책이 공사 현장을 이중으로 감싸고 있었다. 수십m 간격으로 감시 초소도 세워져 있었다. 출입구에서는 오가는 차량들도 검문했다. 출입구 주변에는 원전 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들도 눈에 띄었다. 현수막에는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공론화하라’, ‘울진군민과 약속이행 신한울 3·4호기 즉각 건설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신한울 3·4호기 활용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한울 3·4호기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야권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선 넘은 색깔론”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산업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문건에는 신한울 3·4호기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산업부가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작성했다가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전 삭제해 논란이 된 문건이다.
산업부는 이 문건에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신한울 3·4호기용으로 제작했던 한국형 원전 APR1400을 건설하는 1안(案)과 비무장지대(DMZ)에 신규 노형인 APR+를 건설하는 2안,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한 후 북한으로 전기를 보내는 3안을 검토했다. 3개 시나리오 중 2개가 신한울 3·4호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경북에는 전체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인 11기가 위치해 있다. 경주의 월성·신월성 5기, 울진이 한울 6기다. 여기에 울진에 2기, 영덕에 2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있던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설계 단계에서 시공이 중단됐다.
신한울 3·4호기는 총 사업비 8조2600억여원을 들여 1400MW급 한국 신형 원전(APR1400) 2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미 7000억원가량 투자됐지만 2017년 공사가 중단됐다.
울진군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진군이 한국원자력학회에 의뢰한 용역 연구 결과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울진지역에 연간 1조1198억원(발전사업 1조660억원, 지원사업 448억원 등)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희국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4년간 공사를 재개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제대로 집회도 하지 못해 연간 1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가 물거품이 될 상황을 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4일 시작된 청원에는 2일 오후 현재 8만6691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말도 안 되는 탈원전 고집 탓에 폐해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다”며 “경제성이 뛰어나면서 안전하고, 발전효율이 가장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을 배제한 9차 전력수급계획은 또 하나의 신(新) 적폐”라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경남 지역 원전업체도 초긴장 상태다.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건설 허가 만료가 오는 26일로 다가와서다. 지역 원전업체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이후 신규 건설 자체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원전업계가 고사상태”라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가는 설비(4505억원)와 터빈 발전기(422억원) 부품을 제작 완료했지만, 납품을 하지 못하면서 투자비 4927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그 여파는 지역 원전 협력업체(전국 870여곳)로도 넘어갔다.
두산중공업에 증기발생기 계통을 납품하는 A업체 이사는 “신한울 3·4호기가 중단되면서 원전업체 상당수가 연간 계약건수가 20건에서 1건 꼴로 줄었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에 펌프 계통 부품을 납품하는 B업체 대표는 “다른 업종을 하다 원전이 유망하다고 해서 넘어왔더니 지금은 정부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라며 “직원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백지화될 경우 두산중공업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법적 분쟁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한수원은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공사계획 인가는 받지 못했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 허가를 얻은 지 4년 이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 허가 취소 사유가 되는데 그 기간이 오는 26일까지다. 한수원이 최근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기간 연장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울진·창원=김정석·위성욱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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