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이라 USB 비공개"라는 靑, 3년전 위안부합의 기밀 공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북한에 준 한반도 신경제구상 USB 내용을)외교상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관련, 불과 3년여 전 위안부 합의 검증 때와는 전혀 다른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USB 내용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아무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다고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일을 다 공개한다면 나라가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건 외교상 기밀문서”라고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를 공개한 데 대해서도 “공개할 필요도 없(었)다. 그 다음에는 또 뭘 공개해야 하느냐”며 “그 사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외교, 정부의 정책 등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외교부 장관 산하에 출범시킨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판단은 달랐다. 2015년 한ㆍ일 간 위안부 합의를 검증한다는 이유로 통상 30년 이상 기밀로 묶여 있어야 하는 관련 외교 교섭 내용을 상당 부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통화에서 언급된 내용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의견까지 공개됐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 전 장관은 “외교협상 결과와 과정을 우리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 국제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외교부 70년 역사에 전례가 없는 민간 TF라는 형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앞으로 우리 외교수행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때 정부 입장은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오태규 당시 TF 위원장은 "어떤 경우는 외교적인 부분에 약간 손상이 가더라도 국민에 이 정도는 알려줘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북한에 준 USB에 대해 이제 최 수석은 사실상 정반대 논리로 공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같은 외교 기밀인데 하나는 비공개로 하자면서 또 다른 하나는 공개했다는 것은 이중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며 “상대가 한쪽은 북한, 다른 한쪽은 일본이라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 수석은 또 “(USB는)더더욱 정상회담 장소에서 건네진 것이고, 이게 기록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지 않으면 열람도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준 자료라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은 ‘대통령 기록물’의 정의를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보좌 및 자문기관 등이 생산ㆍ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법의 규정에 따르는데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ㆍ도서ㆍ대장ㆍ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로 본다. 최 수석이 주장한 것처럼 정상회담에서 건넸는지와는 무관하고, 생성 주체와 생성 목적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전 국가기록원 전문위원은 “북한에 전달했다는 USB 안의 기록은 사본 기록일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 보좌기관에서 작성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접수한 원본이 있다면 이는 대통령 기록물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 “USB 내용을 통일부나 외교부 등 공공기관에서 생산하고 제공한 것이라면 해당 기관이 원본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런 경우에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든, 실무 부처이든 USB 내용의 원본을 갖고 있다면 법에 따라 관리되는 기록물이 맞는다는 취지다. 비밀, 비공개 등으로 지정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특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최 수석의 주장처럼 아예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열람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 전직 외교관은 “정상 간에 오간 내용을 다룬 외교문서가 모두 기밀인 것도 아니고, 무조건 공개할 수 없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도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유지혜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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