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뇌에 칩 심겠다? 머스크의 상상초월 '텔레파시' 도전
전기차 대중화에 이어 민간 우주선 시대를 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심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고, 뇌 질환을 고치고,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시대를 열겠다면서다.
1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마이크로 칩 개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신경기술 기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원숭이 뇌에 비디오 게임과 연결되는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했고, 한 달 뒤 결과를 영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원숭이를 "행복한 원숭이"라고 부르면서 "우리는 원숭이들이 서로 '마인드 퐁'(mind pong)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인드 퐁은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으로 움직이는 비디오 게임이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8월 뇌에 칩을 심은 돼지 '거투르트'(Gertrude)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된 거투르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돼지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뇌에 전달된 신호가 컴퓨터로 전송됐다.
거투르트의 머릿속에는 가로 23mm, 세로 8mm 크기의 칩이 들어 있었다. '링크 V0.9'로 불리는 이 칩은 통신 장치와 함께 전극이 달린 동전 모양의 케이스에 담겼다. 뇌에 전달된 신호를 칩이 읽으면 통신 장치가 뇌파를 초당 10메가비트 속도로 컴퓨터에 전송했다. 칩은 뇌 피질에 이식됐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 머스크는 이 칩을 두개골 속 '핏빗'이라고 불렀다. 핏빗은 운동량이나 심장 박동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다. 그는 이 칩이 미 식품의약국(FDA) '대혁신 장치' 프로그램 승인을 받아 임상 시험부터 정식허가 신청까지 수월하게 통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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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표는 텔레파시, 가능할까?
머스크는 이 칩으로 알츠하이머·기억력 감퇴 등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서로 뇌파를 읽어 텔레파시로 소통하고, 로봇에 이식해 생각을 보존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7년 설립한 회사가 뉴럴링크다. 당시 머스크는 2020년까지 인간의 뇌에 칩을 심고, 2024년에는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거투르트의 실험 때도 다른 연구소나 기업에서 개발한 뇌-컴퓨터 연결장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칩이 인식한 두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유사한 시도도 많았다. 3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전기 자극을 통한 뇌 질환 치료법은 물론이고, 뇌와 로봇을 연결해 팔을 움직이는 실험도 여럿 성공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사지 마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뇌에 심은 칩으로 로봇을 작동하기도 했다.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 실험할 것이냐도 문제다. 뇌에 심은 칩이 부식하면서 출혈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실험 대상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여기에 각종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많다.
글로벌 과학기술 잡지 MIT 테크놀러지리뷰는 "뇌에 칩을 영구 이식한다는 것은 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칩 부식 문제를 해결하는데 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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