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뇌물·성추행 법관 탄핵..의회 철저히 조사했다
해외에선 ‘법관 탄핵’이 어떻게 이뤄질까.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두고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법관 탄핵 절차가 눈길을 끈다. 이들 국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확정하는 한국과 달리 입법부가 결정을 내린다. 탄핵소추 의결에 앞서 입법부가 비위 혐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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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법부에서 탄핵 절차
미국 헌법은 입법부에 법관의 탄핵 권한을 부여한다.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미 연방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연방 상원이 탄핵소추장을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지만, 탄핵 여부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정하는 한국과 다른 구조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엄격한 조사는 필수다. 미 하원 법사위(House Judicial Committee)는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탄핵 절차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 조사에 나선다. 원활한 조사를 위해 ‘소환 영장(subpoena)’과 ‘의회 모욕죄(contempt)’와 같은 제재 권한도 갖는다. 이외에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사례처럼 특별 검사가 조사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해 탄핵을 의뢰할 때도 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까닭에 법관 탄핵 사례가 많지는 않다. 1803년 이후 하원에서 연방 법관 15명이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 중 8명이 상원에서 탄핵 결정을 받아 파면됐다. 연방 대법관은 사뮤엘 체이스 한명만이 하원에서 탄핵이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기각됐다. 법관 탄핵 사유로는 정신적 불안과 재판 중 주취 상태, 자의적·고압적 재판 지휘, 소송 당사자와 부적절한 사업상 관계, 탈세ㆍ위증ㆍ뇌물요구 모의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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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탄핵 앞서 사실관계 조사
일본 역시 의회에서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중의원과 참의원 각 10명으로 구성된 ‘재판관소추위원회’가 법관에 대한 파면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탄핵심판이 개시된다. 이후 ‘탄핵재판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파면에 합의하면 법관 탄핵이 가능하다. 탄핵재판소 구성원은 중의원과 참의원 각 7명씩 총 14명으로 지정하고 있다.
조사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중 하나다. 재판관탄핵법 제11조에 따르면 재판관소추위원회는 법관에 대한 소추청구나 파면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증인의 출석과 기록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할 시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을 갖는다. 1948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에선 7명의 재판관이 탄핵당했다. 약식명령과 집행에서의 직무태만, 향응 등 뇌물, 아동성매매, 전철 내 성추행 등이 탄핵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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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곧바로 본회의 의결
한국에선 탄핵 대상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가 꼭 필요하지 않다. 국회법 제130조에 따르면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 본회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지만, 법사위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단 법사위에 회부할 시 법사위는 지체 없이 조사를 보고해야 하고 국가기관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법사위로 탄핵소추안을 회부한 사례는 드물다. 조사를 명분 삼아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됐을 당시에도 국회는 본회의 의결을 곧바로 추진했다. 이런 이유로 임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국회법에 따른 사실 조사가 선행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조사없이 일방적 주장만으로 탄핵 절차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이명웅 변호사는 “현행법상 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검찰이 수사한 공소장을 기반으로 해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위법하지는 않지만,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만큼 조사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국회에서 탄핵 절차에 대해 제도적으로 개선할 지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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