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탄핵 동참 안한 죄..극성 친문, 이번엔 24명 좌표 찍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발의한 1일 극성 친문지지층이 점령한 민주당 당원게시판이 끓어올랐다.
탄핵안 발의엔 161명(민주당 150명,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1명)이 동참했다. 소위 ‘문파’로 불리는 극성 지지층들은 민주당 의원 174명 가운데 동참하지 않은 24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반문(反文) 아니냐” “출당시켜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24명 중 현직 장관 혹은 장관 후보자(이인영·전해철·박범계·한정애·황희 등 5명)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정순 의원을 제외한 18명에게는 “왜 탄핵발의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게도 당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윤 의원은 1일 밤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몇 분들이 물어보셔서 말씀드린다”며 “임성근 판사 탄핵 관련 제 입장은 찬성이다. 당연히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적었다.
4일 무기명표결을 사흘 앞두고 국회의원이 찬반여부를 공개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문파'들이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4일 표결 직전까지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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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왠 법관탄핵인가”
문파의 표적이 된 의원은 김영주·김영진·김한정·맹성규·민홍철·박정·유동수·윤건영·윤미향·이규민·이상민·이원욱·이원택·정성호·정일영·조승래·조응천·조정식 등 18명이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정성호·김영진·이규민 의원 등에겐 “당을 나가라”는 노골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별 의원들이 소신껏 판단한 것이고 모여서 의논한 적도 없다”며 “임 판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탄핵소추가 국민을 위한 길은 아니라고 판단해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들이 그간 수많은 법률위반을 저질러도 민주화 이후 스스로 제명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7·28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법관 탄핵안 추진을 만류했던 김영진 의원은 지도부(원내수석부대표) 소속이란 이유로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탄핵안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은 탄핵소추 표결이 낳을 역풍을 우려했다. 비문(비 문재인) 성향의 이상민 의원은 “탄핵안 추진이 사법부에 되레 심리적 압박을 줘서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임 판사를 강제로 퇴출할 만한 사유인지 판단하기 위한 사실관계도 확정되지 않아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일영 의원은 “탄핵 사유는 동의하지만 코로나 상황에 국민들이 힘든 이 시기에 꼭 법관 탄핵을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추·윤 갈등에 대한 국민들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 제도적 개혁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법관 탄핵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서 발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압도적인 숫자로 가결해야 당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 돼 표결을 놓고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발의에는 불참했지만,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맹성규 의원은 “당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었는데 일이 있어서 발의안에 동의를 못 했다”며 “표결에는 당연히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민홍철·김한정·박정·이규민 의원도 “4일 표결 때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당원들 성화를 못 이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탄핵 발의에 동참하면서 표결의 자율성이 사라졌다”며 “차후 역풍이 불면 책임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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