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스쿨 '예비 판사'시험도 공정성 논란
올해 변호사시험에 출제된 문제의 '복붙' 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예비판사'로 불리는 로클럭(law clerk·재판연구원) 선발에 활용되는 시험에서도 특정 로스쿨의 강의에서 강조된 내용이 문제로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사에 임용되기 위해 경쟁하는 예비 법률가들 사이에 제기된 공정성 의혹이어서 로스쿨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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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된 '예비판사' 로클럭 시험은
문제가 된 시험은 지난해 11월 전국 로스쿨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형사재판실무' 기말고사다. 이 과목은 현직 판사들이 전국 로스쿨에서 같은 과목을 강의하고 전국 학생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는 구조로 진행된다. 시험 성적이 판사로 임용되기 전 거치는 로클럭 선발에 활용돼 사실상 '로클럭 시험'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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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때 강조, 그대로 출제"
로스쿨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성균관대 로스쿨의 해당 과목 마지막 주차 수업에서 교수인 B판사의 강의 내용(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에 관한 부분)과 실제 기말고사에 출제된 논점들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부 로스쿨 학생들은 "신호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한 명이 무죄이고 다른 한 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주문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 시험에 출제된 구체적인 쟁점을 B판사가 직접 언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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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상 시험 출제 뒤 마지막 수업
법원에서 최대 2년간 근무하며 재판 업무를 돕는 로클럭은 판사 임용가능성이 높은 '판사 전 단계' 예비 법조인이라 할 수 있다. 판사·검사·변호사 간 벽을 허물자는 '법조일원화' 시행으로 로스쿨 출신이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게 아니라, 법원조직법에 로클럭을 선발한 뒤 각 법원에 배치해 최대 2년 근무하게 하는 절차를 뒀다. 로클럭이 되기 위한 경쟁은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판사가 되기 위해 성적 상위권 다툼을 하던 것과 유사하다. 물론, 로클럭이 되기 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로클럭은 판사들이 강의하는 형사재판실무(2학년 2학기), 민사재판실무(3학년 1학기)의 시험 성적을 취합한 뒤 서류 심사, 필기, 면접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행정처가 선발한다. 강의 일정상 현직 판사들은 시험문제를 낸 뒤 각 로스쿨의 마지막 주차 수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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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학교 로클럭 배출 많아…공정성 의심"
서울 소재 로스쿨 재학생으로 이번 시험을 치른 김모씨는 "이 시험은 전국 등수가 나오기 때문에 '로클럭' 선발 절차에 중요하게 평가된다. 시험에 큰 비중으로 나온 쟁점의 사실관계를 시험 직전 그 학교만 유독 강조한 것은 그대로 알려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대는 수년간 로클럭 배출에서 1위를 했다. 이전에도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로스쿨생 커뮤니티에서는 유사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로스쿨학생협의회도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고민했다고 한다. 여러 학생의 문제 제기 요청과 문의가 들어와 학생협의회는 내부 조사를 통해 "성대 로스쿨 형사재판 실무 기말고사의 교통사고특례법 관련 쟁점 부분 사실관계 및 주문이 명시적으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모든 로스쿨에 동일한 강의를 요청하고 ▶불가능하다면 시험 출제 완료 이후 이를 반영한 강의를 제공해 자의적인 언급이 이뤄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위 두 가지방안이 모두 불가능하다면 수업 중 기말고사 언급 관련 재량권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법연수원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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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교재 내용" vs "의도했다면 문제"
이같은 의혹에 대해 사법연수원 소속인 B판사는 2일 "마지막 기록 강의 교재 각주에서 강조된 쟁점으로 공정성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련 내용이 공통 교재 각주로만 반 페이지 넘게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시험에서 논란이 된 문제는 지엽적이라고 들었지만, 이건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쟁점"이라면서 "강의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달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차이가 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측은 "해당 시험은 사법연수원 주관으로 학교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출제위원 출신인 한 법조인은 "우연히 강조했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마지막 수업에서 특히 강조했다면 불공정한 행위로 업무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제 당국과 평가 당국이 유사한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변호사 시험처럼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직 판·검사들이 직접 강의하는 수업은 공정성을 위해 동시에 시험을 본다. 판·검사들이 알게 모르게 (자기가 강의한 로스쿨의 학생이 시험을 잘 치르도록) 서로 경쟁을 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상 문제를 출제한 뒤 강의를 한 두 번 하고 시험을 본다. 특정 학교에서 전혀 안 배운 부분이 있거나 유독 강조된 부분이 있다면 공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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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출제 및 평가 모두 관여…지적 고려"
사법연수원 측은 2일 중앙일보에 "해당 과목 평가는 학교별로 상대 평가를 해 학점을 부여하고 각 출강 교수들이 강의한 내용과 배포한 자료 범위내에서 시험을 내 강의 내용과 쟁점은 상당 부분 일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류 없는 문제 출제 및 평가 등을 위해 출강 교수가 모두 관여해 공동으로 하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학생들의 지적을 고려해 향후 철저히 출제 및 평가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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