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안전지대 아니다, 방역수칙 지킨 학교가 안전한 것"
지난해 여름방학 직후 서울 은천초등학교는 학교 문을 닫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할지 고민에 빠졌다. 학교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방역 당국에서 “문 닫으라”는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조미연 교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주변 학교가 하나둘씩 문 닫을 때 (전쟁터에서) 요새를 하나씩 점령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방역 당국에서 강제로 문을 닫으라는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 도저히 휴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도 코로나19로 문 닫은 상황이어서 학교가 아니면 이런 아이들은 집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학교에 다니는 3남매가 신경 쓰였다.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는 직업이 불안정해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90세 가까운 할머니가 돌보고 있어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3남매는 밤늦게까지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침에 원격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등교하는 날에는 철 지난 옷을 입었고 씻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났다. 한 아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누군가’와 조만간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성교제를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보다 못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등교·원격수업 병행이 원칙이었지만 3남매는 매일 학교에 나오도록 했다. 교사들이 매일 아침 가정을 방문해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겨 학교로 데리고 나왔다.
조 교감은 “여름방학 이후에 이어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진 ‘3차 유행’에도 전면 원격수업으로의 전환 위기가 있었지만 학교가 아니면 방치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다수 있어 조마조마하면서도 도저히 닫을 수 없었다”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타격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 방역에 더욱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올해도 학교 현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21학년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지원 방안’에서 등교수업 확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이다.
등교 인원은 상당히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는 특히 초등 저학년을 우선 등교 대상으로 분류했다. 초등 1, 2학년은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친구·교사와의 관계 형성, 기초학력 보장 등을 위해 매일 등교시키기로 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은 지난해처럼 거리두기 2.5단계까지 매일 등교 원칙을 적용한다.
소규모·특수·농산어촌 학교도 2.5단계까지는 학교 판단에 따라 매일 등교가 가능하다. 소규모 학교는 300명에서 400명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학교 판단에 따라 매일 등교가 가능한 소규모 학교는 지난해 4629곳에서 5567곳으로 늘었다. 다만 300명 초과 400명 이하 학교여도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상이면 이 기준을 적용받지 못한다.
등교 확대 방침은 ‘학교가 다른 곳보다 안전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뤄진 강력한 학교 방역 조치들이 효과를 봤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학교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지 학교 자체가 안전지대는 아니란 지적이 많다. 학교 방역 실무를 담당했던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학교가 안전한 게 아니라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학교가 안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방역은 등교 인원이 늘어나는 올해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교육부는 우선 방역 인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교원을 도울 방역·생활지도지원인력 5만명을 운영해 초·중·고에는 3~5명, 유치원에는 1명씩 배치할 예정이다. 초등 1~3학년의 30명 이상 과밀학급에는 기간제 교원을 투입해 협력 수업을 진행하거나 반을 분리해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새 학기에 신입생이 들어오고 학급이 재편성되므로 학생 자가진단을 재개하고, 개학 후 학교별로 2주가량 특별모니터링 기간을 운영해 의심증 학생을 관리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 확대, 초등 저학년 매일 등교 등 지난해와 방역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부분을 방역 당국과 상의해 보완된 학교 방역지침을 이달 중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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