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라는 '미친개'와 함께 걸어왔다..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다"

박장군 2021. 2. 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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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 국가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고문을 가두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국민은 군부가 정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달래면서 민주화의 길을 가겠다는 수치 고문의 뜻을 지지하고 참아왔다. 그러나 군부라는 '미친개'와 함께 걸어왔다는 결론을 얻었다. 민주주의는 100% 국민의 힘이 아니면 언제든 뺏길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다. 전 세계에서 미얀마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2만5000명의 미얀마인과 힘을 모아 1인 시위라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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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인권운동가 소모뚜 인터뷰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015년 12월 2일 수도 네피도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 국가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고문을 가두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들은 선거부정을 명분으로 든다.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며 ‘민주 정부 2기’가 들어선 지 석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2015년 총선 압승으로 53년의 군부독재를 끝냈었다. 미얀마에서 왜 군사 쿠데타라는 퇴행이 벌어졌을까.

국민일보는 미얀마 출신의 인권운동가 소모뚜(46·사진)를 1일과 2일에 걸쳐 전화 인터뷰했다. 소모뚜는 1995년부터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2004년 난민 지위를 신청한 그는 법정 공방 끝에 2011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도 했다.


-군부는 왜 쿠데타를 일으켰나.

“예견됐던 일이다. 군부가 2008년 만든 신헌법은 언제든 군부가 권력을 잡을 수 있게 한다. 헌법에 보면 ‘국방안보평의회’라는 게 있다. 군부가 장악한 조직이다. 국방안보평의회가 ‘비상사태’를 결정하면 그 시간부로 최고권력은 대통령에서 군 총사령관으로 넘어간다. 군부는 정권을 넘길 마음이 없었다.”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총선 유권자명부에 이름이 겹쳐 있다고 얘기한다. 860만명가량이 실제와 다르다고 한다. 이어 군부가 임명하는 사람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다시 결성하자고 한다. 만약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법에 따라 조사해 사실 여부를 가리면 된다. 부정선거는 쿠데타를 위한 명분이고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2015년 군부독재가 종식되자 군인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군부는 신헌법 제정 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상·하원 664석 중 25%를 군 인사들에게 자동할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힘을 못 썼다.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해서다. 지난해 총선 때 주로 군인들이 사는 도시에서마저 NLD가 승리할 정도다. 결국 자신들의 앞날이 어둡다고 여겼고 쿠데타를 선택한 것이다.”

-헌법에 근거가 있더라도 국민이 보는데 쿠데타가 가능한가.

“군부는 헌법을 하찮게 여긴다. 수치 고문은 5년간 개헌을 위해 노력했다.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75%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군부 동의 없이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특정 상황에서 헌법을 폐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헌법은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릴 수 있는 존재에 불과하다. 정권을 잡는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국을 빼고 모든 게 멈췄다. 전화선이 끊겼고, 알고 지내던 정치인들은 구속된 상태다. 다만 SNS에 글들이 올라온다. 자택에 구금된 활동가들과 SNS로 연락한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나서 달라고 호소한다.”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뭔가.

“미얀마 국민은 군부가 정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달래면서 민주화의 길을 가겠다는 수치 고문의 뜻을 지지하고 참아왔다. 그러나 군부라는 ‘미친개’와 함께 걸어왔다는 결론을 얻었다. 민주주의는 100% 국민의 힘이 아니면 언제든 뺏길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다. 전 세계에서 미얀마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2만5000명의 미얀마인과 힘을 모아 1인 시위라도 열 계획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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