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략적 피보팅'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2021. 2. 3. 03: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선교단체와 대안학교를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한국교회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고 ‘리플랜팅’(다시 세움)할 수 있을까.

경영학 용어 중 ‘전략적 피보팅’(strategic pivoting)이란 말이 있다. 피봇(pivot)은 ‘중심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다’는 뜻으로 농구 경기에서 수비수가 가로막을 때 한 바퀴 회전해 전진하는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중심축을 중심으로 시대 상황에 맞게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는 전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한국교회도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축 삼아 신앙의 본질을 지키되 시대 상황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는 피보팅이 필요하다.

초대교회도 그랬다. 당시 이교도들은 전염병에 감염된 환자들을 내쫓고 죽은 시신들을 오물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환자들을 찾아가 돌보며 기도해 줬다. 이런 봉사와 섬김이 기독교가 로마 황실로부터 공인받는 데 큰 역할을 하게 했다. 공인 이후 감염병이 퍼졌을 때도 환자들을 향한 봉사와 섬김에 적극적이었다. 이는 로마시민의 40%였던 기독교인이 80%로 폭발적 부흥을 이루는 발판이 됐다.

종교개혁 시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칼뱅을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자들은 예배 못지않게 흑사병 환자 심방을 의무화했다. 감염이 두려워 심방을 거부하는 목사는 면직할 정도로 흑사병 환자 심방 사역을 중요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제들이 무조건 성당으로 모이게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칼뱅은 교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격리했다. 그리고 격리당한(quarantine) 자들이 교회를 오는 대신 목사들이 찾아가 심방했다. 영혼은 물론 육신의 건강까지 소중히 여긴 것이다. 그러자 개혁교회 이미지가 더 좋아지고 종교개혁의 불길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종교개혁자들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오늘 우리 현실에는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오늘날은 의료진이 환자를 전적으로 돌보고 있기에 교회는 직접적으로 환자를 도울 수 없다. 다만 교회는 방역수칙 준수의 모범을 보이며 집단감염의 거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간접적으로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것이고 환자들을 돌보며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다행히 교회의 대면예배에서는 거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예배 회복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이제는 기독교에 관련된 단체들이 정말 조심해야 할 때다. 전략적 피보팅은 양보나 포기가 아니다. 잽싸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골을 넣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예배의 사명과 함께 선교의 사명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를 향한 성난 민심을 달래며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전략적 피보팅이 필요하다. 그들의 영혼을 구원할 뿐 아니라 교회의 재부흥을 이루기 위함 때문이다.

방역본부가 국민보건을 위해 애쓴 건 고마운 일이지만, 교회를 향한 방역지침은 분명히 미흡함이 있었다. 교회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관제적 도식적 획일적 방역정책과 일부 언론의 편파적 보도는 한국교회에 큰 상처를 입혔다. 물론 극소수 교회와 일부 단체도 방역에 오점을 남겼고 그로 인해 한국교회 브랜드를 격하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이어령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유발 하라리의 두꺼운 책 한 권보다 트로트 한 곡이 더 위로와 감동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교회가 국민의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피보팅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우동 한 그릇’(구리 료헤이) 속 이야기처럼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실의에 빠진 이웃들에게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전달해 주자. 그런 교회가 될 때 온전한 예배 회복뿐 아니라 전도와 선교의 문이 더 활짝 열리고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크리스텐덤’(전성기)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한교총 대표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