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교 문 닫지 말라"는 워킹맘들의 호소 새겨들어야

2021. 2. 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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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돌봄 공백, 독박 육아
수업시간 줄이더라도 문을 열어야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산·육아정책실 부연구위원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일이다. 필자는 ‘독박 육아’의 벅찬 상황 속에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고도 돌봄 공백을 도저히 해소할 방법이 없어 육아 휴직을 택했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필자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육아 휴직조차 쓸 수 없어서 꿈을 포기하고 일을 그만둔 엄마, 혼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아이 걱정하느라 일에 집중 못 하는 엄마가 대부분이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며 좋아했지만, 자녀 돌봄과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엄마 등 워킹맘의 고충은 다양했다.

통계로도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5월 여성 노동자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6.3%)이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노동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35%는 “돌봄 부담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작은 규모의 사업장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서울 서북권 직장맘 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13세 이하 자녀가 있는 워킹맘 5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퇴직한 이유 중 1순위는 자녀 돌봄 공백(48.6%)이었다. 보육교육 시설의 등교 중지로 인한 워킹맘의 힘든 삶이 이런 조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육부는 최근 거리두기가 2.0단계 이하로 내려가면 개학 연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년 내내 노심초사해온 워킹맘들은 등교 방침이 언제 다시 오락가락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비대면 수업이 완비되더라도 2.5단계가 유지돼 등교를 못 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엄마들 몫이 되니 앞이 막막하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니다. 과목 학습 이외에 사회생활의 기본을 익히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급식을 먹을 수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등교 중지는 필연적으로 학습 격차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 세대’는 친구와의 또래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이 사라진다. 이로 인해 두고두고 크고 작은 사회적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코로나 와중에도 보육교육 기관 개방을 진즉 시행했고, 영국은 등교 원칙 아래에 입 모양이 보이는 비말 차단 투명 마스크를 배부했다. 미국은 유아 보육교육 기관 등원이 코로나 확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인들이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와중에 한국 정부는 지난 1년간 아이들과 워킹맘을 위해 도대체 어떤 정책을 제공했나. 이제는 코로나의 특성을 많이 알게 된 만큼 진전된 대책을 3월 등교 전에 제시해야 한다. 공동체를 체험하는 공간, 돌봄과 학습의 적절한 균형을 챙길 수 있는 공간인 학교는 개방을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긴급 휴가와 재택근무만으로 워킹맘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사설 학원, 입시학원 등은 가동하면서 도서관과 학교 시설은 닫는 불합리한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거리두기를 빈틈없이 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공간 확충,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비대면 수업 환경을 개선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공교육의 대혁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제공만으로 정부가 아이들에게 할 일을 다 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지난 1년을 가까스로 버텼고 올해도 버티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엄마니까 오롯이 즐겁게 감당하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철저한 방역 대책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세부적인 운영 매뉴얼에 따라 수업 시간을 줄이더라도 학교 문은 닫지 말고 열어둬야 한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산·육아정책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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