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퀸스 스피치

유성운 2021. 2. 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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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문화팀 기자

대학로에서 상연 중인 ‘킹스 스피치’는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독일 공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위기에 놓이자, 말더듬이 국왕 조지 6세가 각고의 노력 끝에 라디오를 통해 명연설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덩케르크 철수 후 1940년 7월부터 1941년 5월까지 본토에서 독일 공군과 사투를 벌였다. 역사에선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이라고 한다. 히틀러는 런던이 공습당하면 백기를 들 줄 알았지만, 영국 사회는 똘똘 뭉쳐 버텼다. 결국 소련 침공을 계획한 독일이 주 전력을 동부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렇게 지켜낸 영국은 3년 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전초기지가 됐다. 훗날 전쟁포로가 된 독일 원수 게르하르트 폰 룬트스테트 장군은 “전쟁의 향방을 바꾼 전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아닌 영국 본토 항공전을 꼽기도 했다.

빌헬미나 여왕

당시 런던엔 네덜란드의 빌헬미나 여왕(사진)도 있었다. 나치 독일에 나라를 빼앗긴 여왕은 런던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독일 공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그녀는 21만5000파운드를 내놓고 영국 전투기 스핏파이어를 43대 사도록 했다. 또 전쟁 기간 중 BBC에서 네덜란드로 전송하던 ‘라디오 오라녜(Radio Oranje)’를 통해 국민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호소했다. 연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34차례 있었다. 여왕은 전쟁 후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1948년까지 재위한 뒤 딸에게 양위했다. 네덜란드와 왕실을 지킨 ‘퀸스 스피치’였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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