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원전 의혹 '색깔론'으로 본질 흐리지 말길
국민 의구심을 풀어주면 해결될 문제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그런데 싸움의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야당이 청와대나 정부에 날을 세우고, 여당이 이를 방어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엔 당·정·청이 일제히 총공세로 돌아섰다. 문건 의혹이 불거진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적행위”라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게 신호탄이 된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마타도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지난 1일엔 “구시대적 정치공세”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을 넘은 색깔론이다. 혹세무민하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힘을 보탰다.
이후 당·정·청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산업부가 지난 1일 해당 문건을 공개한 데 이어 2일엔 여당 대표와 청와대 정무수석이 반격의 선봉에 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당 대표론 드물게 말미 105초를 야당 비판에 쏟았다. 그는 “제1야당 지도자가 선을 넘었다. 완벽하게 잘못 짚었고, 묵과할 수 없는 공격을 대통령께 했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정무수석도 4·27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절대 불가”라면서도 “야당이 책임지겠다면 공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협박성’ 조건을 걸었다.
여권 입장에선 4월 재·보선이 코앞인 지금 야당의 공격을 색깔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 선거 전략상 그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의혹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까지 색깔론으로만 치부해 버리면 오산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북한 원전 건설 의혹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명확하다. ‘탈원전’을 핵심 철학으로 하는 이 정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북한 원전 건설을 아이디어로 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면 왜 관련 문건을 삭제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당·정·청 인사들의 반격 어디에도 답은 없다.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며 사실을 부인하거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추진했다”며 전 정권을 탓하거나 “근거없는 공격”이라며 색깔론으로 뭉개 버린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 의구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해서다. 국민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에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게 아니다. 기저엔 끊임없이 도발하는 북한에 아무 대응도 못 해온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그래서 북한 원전 건설 의혹에 대해선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은 거다. 지금은 색깔론으로 몰아가며 사안의 본질을 흐릴 때가 아니다. 궁금해하는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면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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