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지급이 최선" 이재명의 기본소득 논리..반대 주장은 여전
이재명 '보편지급 효과 더 크다'
이낙연·정세균 '여전히 선별지급'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특정계층의 피해 보전을 위한 핀셋 선별지원도 필요하지만 피해는 특정 계층이 아닌 온 국민이 함께 입었다”며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인 재난지원에서 세금 낸 국민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썼다.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보편지급·지역화폐 방식의 ‘재난기본소득’이 더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의 이런 인식은 경기도가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총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데 반영됐다.
이 지사와 경기도는 코로나19에 따른 골목상권 침체와 경기하락을 극복하려면 보편지급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늘리고,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로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지사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큰 계층을 대상으로 이들이 재기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특정 공간(경기도 지역화폐)과 시간(사용기간 3개월)에 모두 쓰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이 식료품 등 일부 업종에 쏠려 정책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10만원을 쓰면 그 파급효과의 경제적 가치가 18만원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재난기본소득 지급 당시 카드사 14곳의 관련 빅데이터 9800만 건을 자체분석한 결과, 10만원 지급만으로 최대 18만5000원을 쓰는 효과가 있고 소비금액도 소규모 가맹점(연매출 3억원 미만)에 48%가 집중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경제효과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코로나19 대응은 소비를 늘리는 것 외에도 폐업이나 영업중단 등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보상도 중요한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편지급 방식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뒤에도 피해가 컸던 여행·사우나 등 대면서비스업의 매출 감소세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원금 10만원을 받은 소비자가 이 중 7만원을 식료품 및 가정생활용품을 산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 전후 매출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KDI 관계자는 3일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를 제외하면 타 시·도에서는 대부분 선별지급 방식으로 맞춤형 지원금을 지급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보편지급 방식의 10만원 지원보다 피해계층에 맞춤형 지원금을 더 얹어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330억원 규모의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제주도는 선별지급 방식이다. 제주도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업체 4만9000곳, 개인 3200명을 대상으로 330억원 규모의 4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재난관리기금 454억원을 활용해 설 연휴 전인 5일부터 소상공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수도권 민주당 중진 의원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힌 시점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편 지급을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예산의 효율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의 효용성에 대해선 이 지사와 여권의 다른 대권주자들 입장이 여전히 배치된다. 이낙연 대표는 2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에 대해 “(미국) 알래스카를 빼고는 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며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석유 판매이익 일부를 주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기도의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인천형 핀셋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가장 필요한 분들께,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가장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썼다. 선별지급 방식의 인천시 재난지원금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지사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이에 반해 도민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이 코로나19 위기에 최적화된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1인당 10만원을 쓰기 위해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경제가 손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다면 우리는 또다시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비로 인해 방역에 지장을 주거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통계도 없다”며 “오히려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소비자들을 골목상권으로 유도하는 분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백상진 김판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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