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쌍용차, 마지막 회생 카드마저 막히나
'P플랜' 구상, 주채권은행 산은 제동
"구체적 사업계획 못 내면 법정관리"
평택공장, 부품 끊겨 또 생산중단
쌍용자동차가 회생을 위한 최후 카드로 꺼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쌍용차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산은은 “(현재 쌍용차는) 산은의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의 경기도 평택공장에선 협력사의 부품 공급이 끊겨 지난 1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부행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가 P플랜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지난달 31일 출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계획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 진행이 어려워지면 통상의 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신속히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논의했던 쌍용차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쌍용차가 꺼낸 카드다. 쌍용차는 P플랜을 통해 단기간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계획을 세웠지만 채권자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을 보장하는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야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영규 산은 기업금융부문장은 “최근 10년간 누적 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속가능한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의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아 P플랜 진행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탓에 잠재적 투자자가 (최종 의사) 결정을 못 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일정 역시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안 부문장은 “쌍용차 부실의 원인은 대주주(마힌드라)의 경영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만일 신규 투자유치 계약이 무산되면 대주주와 쌍용차가 스스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다. 쌍용차는 지난달 29일 코스피 시장에 지난해 결산 결과(잠정)를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9501억원으로 전년(3조6238억원)보다 18.6%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4235억원으로 1년 전(2819억원)보다 50% 늘었다. 4년 연속 적자가 쌓이면서 쌍용차의 자본총계는 -622억원으로 나타났다. 쌍용차가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바꾸더라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쌍용차 공장이 멈춘 건 지난해 12월 21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두 번째다. 쌍용차 협력사 중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업체 일부가 부품 공급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350여 개 쌍용차 협력사로 구성한 쌍용차 비상대책위원회의 최병훈 수석부위원장은 “일부 협력사가 지난해 11~12월 어음으로 결제한 납품대금에 대해 현금 지급을 요구하며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이) 완전히 가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고 돌다가 멈췄다”고 전했다. 쌍용차와 비대위는 지난해 11~12월 납품대금 지급을 유예하기로 지난달 29일 합의했다. 하지만 비대위에 속하지 않은 협력사들은 거부하는 상황이다.
염지현·김영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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