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6개월, 서울 전셋값 3년치 한꺼번에 올랐다
문 정부 출범 당시 압구정과 비슷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을 전격 시행한 뒤 6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7816만원(15.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1032만원(23.1%) 상승했다.
중앙일보가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5억8827만원을 기록했다.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84㎡의 평균 가격은 5억7049만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82㎡의 전셋값은 5억원대 중반이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준공한 단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6개월간 15.3% 올랐다.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 2개월 동안 전셋값 상승률(17.1%)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 전셋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장 4년간 세입자를 내보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려받으려고 한 것도 전셋값을 뛰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개월간 은평(21.3%)·송파(20.8%)·강동구(18.7%) 등에서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컸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15.6%)이 한강 이북 지역(14.6%)보다 많이 올랐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일부 지역에도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4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9월 3억5000만원을 넘어선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원을 넘어서는 데 걸린 시간은 4개월이었다. 지난 6개월간 경기도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뛴 곳은 성남시 분당구(29.4%)였다. 이어 광명시(28.5%), 용인시 수지구(27.3%)와 기흥구(26.1%)의 순이었다.
전셋값 급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개월간 7.7%(9억8503만원→10억6108만원) 상승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전세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70%를 넘기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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