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개미처럼, 동학개미도 공매도 세력 이길까
미국과 달리 가격제한폭 규정
국내상장종목 공매도 잔고율 낮아
'한국판 게임스톱' 현실화 희박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 체인 게임스톱 주가가 지난달 27일 134.8% 폭등한 347.51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이 회사 주가는 20배 뛰었다.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에 맞선 ‘미국 불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주식을 매수해서다. 이른바 ‘게임스톱 대첩’에서 패한 헤지펀드들은 135억 달러(약 15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 하지만 지난 1일 게임스톱 주가는 225달러에 마감하며 지난달 27일보다 35%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일 “국내에서도 반(反) 공매도 운동을 펼치겠다”며 “대표적 공매도 피해 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가 연합해 공매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14.5%, 에이치엘비는 7.2% 급등했다. 하지만 2일에는 셀트리온(-4.18%)과 에이치엘비(-1.76%)는 나란히 하락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저항’이 조직화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력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조직력이 기관 투자가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위적으로 특정 종목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세조종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를 끌어올린 투자자들이 팔고 나갈 경우 뒤늦게 들어간 개인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계심도 한층 커졌다. 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 참가자들의 군집 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군집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게임스톱 같은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선 국내 증시의 주가 등락 폭 규제를 이유로 꼽는다. 미국 증시에는 가격제한폭 규정이 없다. 하루에 주가가 100% 이상 치솟기도 한다. 반면에 국내 증시는 위아래 30%로 하루 가격제한폭을 묶어놨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가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는데 국내 증시에선 하루 최대 손실이 30%로 제한된다.
국내 상장 종목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낮은 편이다. 게임스톱의 공매도 잔고는 유통주식 수의 100%를 웃돈다. 게임스톱은 유통주식이 적은 탓에 소규모 거래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반면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유통주식 수의 4.56%, 에이치엘비는 6.52%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톱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유통주식 수의) 최고 148%까지 올라갔다. 국내에선 대개 10% 미만이라 개인의 매수 전략이 먹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는 공매도 규제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3월 이후 1년 가까이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공매도 투자자가 주식을 빌렸다가 갚아야 하는 기간은 미국보다 긴 편이다. 국내에서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기간은 3개월이 일반적이다. 주식을 빌려준 기관과 협의를 거쳐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빌린 주식을 갚는 기간이 길면 개인이 공매도 세력을 압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주가 과열 ‘브레이크’ 장치도 있다. 짧은 기간에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면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단일가 매매’를 적용한다. 투자자들이 낸 매수·매도 호가를 30분 단위로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매매하는 방식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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