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판한 해운대 빛축제, 불 한번 못켜고 8억 날리나
7억8000만원 들여 시설물 설치
비난 여론 빗발치자 뒤늦게 취소
석 달째 방치..무용지물 전락
부산 해운대구가 예산 8억원을 들여 설치한 ‘빛축제’ 시설물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1월 시설물 설치 이후 석 달간 단 한 번도 점등하지 못해서다. 정부가 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2월 중순까지 빛축제 개최는 불가능하다. 해운대구의 섣부른 판단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A업체와 빛축제 시설물 설치 계약을 했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다가 조금 누그러진 시점이었다. 해운대구는 빛축제 취소를 검토했지만,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축제를 열기로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빛축제마저 취소하면 지역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축제를 전시회 형태로 진행하자는 판단으로 지난해 10월 7억8000만원 짜리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A업체는 지난해 11월 중순쯤 시설물 설치를 마쳤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 27일 7회를 맞는 빛축제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빛축제는 11월 28일부터 오는 2월 14일까지 79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비난 여론이 거셌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하루 20~3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되고 있었지만, 정부는 3차 대유행을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던 때였다. 해운대구는 빛축제 개최 소식을 알린 지 반나절 만에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설물 점검을 위한 점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점등을 하더라도 설 연휴 이후인 2월 중순부터 점등 시간을 단축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구의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와 부산진구의 ‘서면 빛축제’는 단축 점등 형식으로 축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중구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트리문화 축제’를 열지 못하다가 시설물 점검이라는 명분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점등했다. 지난 1일 점등을 멈췄지만 2일부터 21일까지 단축 점등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설 연휴가 포함된 8일부터 14일까지는 사람들이 모일 것을 우려해 소등하기로 했다. 중구 관계자는 “상권이 너무 죽어서 예산 5억1000만원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했고, 단축 점등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산 ‘서면 빛축제’도 지난달 27일부터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단축 점등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예산 2억8000만원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했고, 내년에도 빛축제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단축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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