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선물 같은 순간의 기록"
빛이 특별하게 바꾼 풍경과 사람
휴대폰으로 틈틈이 찍은 것 담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발견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작은 책자에 의미심장한 구절이 쓰여 있다. 글쓴이는 유나얼. 166쪽에 달하는 책에 짧은 글만 있을 뿐 나머지는 100여장의 사진들이다. 뮤지션 나얼이 이번엔 사진집 리액션 투 라이트(REACTION TO LIGHT)를 내고 서울 성북동 갤러리 ‘오트(AUGHT)’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로, 그리고 미술계에선 유나얼 작가로 전시를 이어온 그의 새로운 행보다.
지난해 서울 문래동 스페이스 엑스에스에서 페인팅과 드로잉·꼴라주·설치 작품을 모아 10번째 개인전을 연 그가 이번엔 그림 같은 사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작품 제목은 ‘버스바닥’ ‘성북동벽’ ‘세운상가’ ‘배다리’ 등.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나 악기들이 즐비한 작업실 풍경은 없다. 대신 비행기 이륙 직전 창문에 비친 활주로의 화살표, 햇살이 번진 식탁 위 물건 등이 눈에 띈다. 사진으로 그가 전하려던 건 무엇이었을까. 1일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Q : 지난해 12월 솔로 신곡 ‘서로를 위한 것’을 발표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 ‘나얼의 음악세계(NAMMSE)’도 시작했다. 이번엔 사진집을 냈는데.
A :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틈틈이 휴대폰으로 찍어온 것이라 발표가 조심스러웠는데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Q : 평범한 장소와 피사체인데.
A : “일상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만난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익숙한 장소와 피사체가 갑자기 새롭고 낯설게 다가올 때 셔터를 누른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선물 같은 순간, 기억하고 싶은 찰나의 기록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Q : 책 제목은 어떤 의미인지.
A : “사진을 찍으면서 익숙한 풍경과 사물, 사람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게 빛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빛에 반응한 것이다. 빛은 언제나 세상을 비추고, 우리는 그 빛에 반응할 때 특별한 순간을 만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 종교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다.
A : “맞다. 물리적인 빛 이야기이면서, 진짜 빛(True Light)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빛,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참빛.”
나얼은 몇 년째 매일 성경을 필사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전시장에 미니 전기밥솥을 놓고 그 안에 빛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시편(139장 11절)과 요한복음(1장 9절) 등 성경 ‘말씀 카드’를 비치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저의 예술 작업과 삶은 믿음과는 뗄 수 없는 것”이라며 “신앙을 배제하고는 삶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얼은 2001년 브라운 아이즈 멤버로서 ‘벌써 일년’, ‘가지마 가지마’ ‘점점’ 등 히트곡을 발표했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Q : TV엔 출연하지 않는 것을 두고 폐쇄적인 성격이라는 이들도 있다.
A :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많은 사람과 만나고 팬들과도 소통하며 지낸다. 흔한 동네 형 스타일이다.”
Q : 나얼은 음악인인가, 미술인인가.
A : “어릴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음악과 미술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개인전은 아니지만 그룹전에 참여해 신작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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