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으로 못쓰게 된 신한울, 남북경협이 탈출구?
북 원전을 묘수로 생각했을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부가 신한울 3·4호기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남북 경협으로 해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은 옛 KEDO 부지 인근 원전 건설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제작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용 원자로 등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를 위해 사전 제작한 기기를 북한 원전 건설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예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한 뒤 북한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방안도 언급돼 있다.
현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사실상 금기어다. 그런데도 문건은 “제작하다가 중단한 원자로 등을 활용함으로써 500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재차 신한울 3·4호기 활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산업부 내부에서는 남북 경협을 이용해서라도 꼬여 있는 신한울 3·4호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10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건설이 보류됐다. 하지만 이미 부지 매입과 주요 기기 사전 제작 등에 7900억원가량의 돈이 투입된 상태였다. 이 중 4927억원은 두산중공업이 기기 제작에 쓴 자금이다. 사업 백지화 시 천문학적인 배상 부담과 산업부와 한수원 간 법적 분쟁 등 복잡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질 수 있다. 남북 경협 활용은 탈원전 정책을 뒤집지 않고도 배상 문제 등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수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남북 경협에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하면 경협 자금 등으로 매몰 비용을 보상해 줄 수 있고, 건설 중단으로 인한 원전업계의 비난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도 “신한울 3·4호기 문제 해결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 남북 경협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 같다”며 “하지만 정상적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이런 황당한 방법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 문건이 도리어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건 공개를 계기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에 집중돼 있던 검찰 수사가 탈원전 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팀 구성 여론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청와대나 정부의 경제성 평가 조작 관여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남준 기자, 정유진·강광우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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