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USB 보려면 야당 명운 걸어라" 야당 "적반하장, 국조 추진"

유지혜 2021. 2.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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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외교상 기밀' 내세웠지만
문 정부, 한·일 위안부 협의내용 공개
정의용 "USB 내용 미국과 공유"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최 수석은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된다”며 야당의 책임을 전제로 한 USB의 조건부 공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2일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이동식 저장장치) 내용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일과 오갔던 것을 무조건 공개하면 나라가 뭐가 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최 수석은 USB 공개에 대한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야당이 자신 있으면, 무책임한 마타도어나 색깔론이 아니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청와대도 책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또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에 대해서는 “산업부 과장이 검토하고 자체 폐기한 것일 뿐”이라며 “(청와대) 회의 안건으로 올라간 적도 없고, 회의한 적도 없으며, 대통령 이전에 수석 등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는 것은 다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가 북한에 대한 원전 지원을 검토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4·27 판문점 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 후보자는 USB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 “신재생에너지 협력, 낙후된 북한 수력·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사업 등 대략적 내용이 포함됐다. 원전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보를 미국과 충분히 공유했다”며 “미국이 수긍했고,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억하는 한 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고, USB에도 관련 언급은 전혀 없다”고 했다.

야당에선 “적반하장”이라며 "국정조사를 해야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여권이 선을 넘었다며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하고 과잉·과민 반응을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건이) 도대체 무슨 내용이고, 누구에게 보고됐으며, 어떻게 협의가 이뤄졌는가, 그리고 왜 허겁지겁 야밤에 파기했는가”라며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민주당은 말해 오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수조원짜리 원전 건설을, 그것도 북한에 짓는 민감한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지시 없이 늘공(산업부 공무원)이 단독으로 작성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수석이 외교상 기밀을 이유로 USB 공개 불가론을 폈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외교부 장관 산하에 출범시킨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판단은 달랐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검증한다는 이유로 통상 30년 이상 기밀로 묶어 놓는 외교 교섭 내용을 상당 부분 공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간 통화 내용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의견까지 공개됐다. 오태규 당시 TF위원장은 “어떤 경우는 외교적인 부분에 약간 손상이 가더라도 국민에게 이 정도는 알려줘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에 준 USB에 대해 이제 최 수석은 사실상 정반대 논리로 공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같은 외교 기밀인데 하나는 비공개로 하자면서 또 다른 하나는 공개했다는 것은 이중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며 “상대가 한쪽은 북한, 다른 쪽은 일본이라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지혜·강태화·김기정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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