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김정은 세습' 빼고 일본은 '이웃나라' 격하
북한군에 '주적' 표현은 또 빠져
한·중 갈등 빼고 "관계 안정적 발전"
군 안팎 "북한 정상국가 대변하나"
군이 2년 만에 펴낸 『2020 국방백서』에서도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군이 백서에서 북한 지도자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는 2일 공개한 백서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커졌다고 강조하면서도 과거 백서에서 썼던 ‘주적’이나 ‘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2년 전과 똑같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만 썼다. 국방부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부터 ‘주적’이라는 표현을 국방백서에 담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 “직접적 군사 위협”(2004년판), “심각한 위협”(2006년판)으로만 기술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적’으로 썼다.
이번 백서는 북한의 대남 정책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적었다. 북한의 대외 정책에 대해선 “‘자주·평화·친선’의 외교 원칙을 바탕으로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대외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정상국가 이미지를 대변하는 듯한 표현”이란 비판이 나온다.
백서는 중국을 우호적으로 서술한 반면, 일본에 대해선 갈등을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2018년 백서에 있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상황이 통째로 빠졌다. 그러면서 ‘중국군 유해 송환식’ 등 전반적으로 한·중 우호 분위기가 강조됐다.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이란 표현도 처음 등장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전형적인 중국식 표현으로 국방백서에 왜 이런 표현을 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백서에선 기존의 북한 ‘정권 세습’이란 표현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바꿨다.
일본은 2년 만에 ‘동반자’에서 ‘이웃 국가’로 격하됐다. 백서는 자위대 초계기 위협 비행, 일본의 수출 규제 등 한·일 갈등 요소를 짚으며 “양국 국방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 무관을 초치해 독도 영유권, 초계기 사건 등의 기술에 대해 “일본의 입장과 상충된다”고 항의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은 “극단적으로 일본을 ‘가상 적’으로, 중국을 ‘우호국’으로 비치게 하는 기술은 곤란하다”며 “균형감을 상실하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서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침범하는 게 현실인데, 과연 우리 군이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백서는 북한군이 각종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증편하고, 중무장 장갑차 등을 배치한 기계화 보병 사단도 4개에서 6개로 늘렸다고 적었다. 미사일여단에는 남한 전역을 타격하는 단거리급(SRBM) 스커드(사거리 300~1000㎞)를 비롯해 준중거리급(MRBM) 노동미사일(1300㎞), 중거리급(IRBM) 무수단(3000㎞ 이상) 등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백서는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북한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에 포함했다.
백서는 또 북한의 특수전 부대인 특수작전군을 처음으로 별도 군종으로 다루고, 북한이 남한 침투용으로 사용하는 AN-2 항공기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밝혔다. 특수작전군은 청와대 등 남한 전략 시설 모형을 만들어 타격 훈련을 강화하고 장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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