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놓고 '당정' 정면 충돌..조기 지급 차질 빚나

유준상 2021. 2. 2. 23: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식 석상에서 당정 간 극명한 입장차가 표출된 건 사실상 처음이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양방향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재난지원금 편성 과정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당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간 신경전은 매번 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이낙연에 정면 반박 "보편·선별 동시지급 어렵다"
어제 당정 회의서도 김태년·홍남기 격돌..고심에 빠진 靑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식 석상에서 당정 간 극명한 입장차가 표출된 건 사실상 처음이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양방향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경제부총리가 배수의 진을 치고 여당 대표의 연설을 반박한 모양새다.


당에서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기류다. 반면 홍 부총리는 "지금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한창이고 3월이 돼야 마무리된다"며 "2월 추경 편성은 이를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듯 보여진다"고 했다. 최소 이달부터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이날 "우리 재정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며 "작년 재정 적자는 주요 42개국에서 가장 낮은 편이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얼마 전 최근 우리 재정상황을 두고 ‘너무 건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본 적이 있다"며 "재정을 너무 쉽게 본 진중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받아쳤다.


홍 부총리는 또 “국가 재정은 GDP 대비 숫자로만 비교되고 또 그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물론 화수분도 아니다”며 “정부도 가능한 한 모든 분들께 가능한 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싶지만 여건은 결코 녹록치 않다”고도 했다. 단순히 재정 적자 순위만으로 국가 재정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당정 이견과 관련해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며 "장막을 치고 벽을 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재난지원금 편성 과정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당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간 신경전은 매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몇 시간 만에 경제 수장이 공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균열 조짐이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도 감지됐다. 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국민과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홍 부총리가 동시 지급은 불가하다고 맞서면서 회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렀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치는 1시간 가까이 계속됐고 결국 김 원내대표가 "정부는 후속 조치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홍 부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당정 신경전이 벌어질 때마다 막판에 물러서면서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그가 배수의 진을 치고 주변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당정 간 갈등이 반복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전날 당정청 협의에 함께 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국민 지급 문제를 당장은 언급하지 말자면서 사실상 홍 부총리의 편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로서도 기존 지원책을 뛰어넘는 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일선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당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