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내동, 낙후 이미지 벗고 '제2청량리' 부푼 꿈
노후 주거지가 많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성내동 지역이 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대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낙후된 이미지로 저평가됐던 범천호 지역이 ‘제2의 청량리’로 떠오를지 기대를 모은다.
최근 소식이 들려온 곳은 강동구는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 내 성내5재정비촉진구역(이하 성내5구역)이다. 강동구는 성내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고 이를 고시했다.
지하철 5호선 천호역과 강동역 사이에 위치한 성내5구역은 노후 저층 건물이 빼곡하게 밀집해 있어 전면 재정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계획 고시로 성내5구역에는 2024년 지하 7층~지상 42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준공된다.
▶성내5구역 사업시행인가 완료
▷강동구 상업 중심지 지역 기대
강동구는 성내5구역 재정비로 일대가 상업 중심지로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천호역 바로 옆에 있는 성내3재정비촉진구역(이하 성내3구역)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성내3구역에서는 지상 45층, 연면적 6만9709.7㎡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공사가 지난해 시작됐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성내3구역~성내5구역~C3특별계획구역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천호대로변의 성내동 지역이 천호동과 함께 중심 상업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 내에 있는 천호4촉진구역은 2019년 일찍이 조합원별 분담금 등 사업의 권리 배분을 결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이주도 마친 상태다. 사실상 착공 전 마지막 행정 절차로 천호4촉진구역 조합은 올 1분기 중 철거를 마치고 2분기 중에는 조합원 분양·계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3분기 중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 6층~지상 최고 38층 4개동 주상복합이 들어서며, 전용 49~84㎡ 총 670가구 가운데 168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구천면로를 사이에 두고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와 마주보고 있는 천호 재정비촉진지구(이하 천호뉴타운)도 올해 속도를 낸다.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와 천호뉴타운은 이름이 비슷해 언뜻 같은 지역 같지만 다른 구역이다.
우선 앞의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는 천호대로변을 중심으로 좌우에 깔린 지역이다. 낡고 영세한 상업·업무·주거시설이 뒤섞여 있는 이곳은 총 6개의 촉진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천호1재정비촉진구역에 있는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2014년 6월부터 4년 반에 걸친 대규모 증축 공사를 2019년 1월 마치고 영업을 재개했다. 다만 정비 사업을 마친 천호1재정비촉진구역과 달리 성내1구역, 천호3구역은 일몰제로 구역에서 해제됐고, 남은 3개 정비 구역 중 천호4촉진구역의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올림픽대로와 구천면로, 천중로에 둘러싸인 천호뉴타운은 천호1구역, 천호2구역, 앞의 천호3구역과는 또 다른 천호3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당초 7개 구역으로 나뉘어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천호4·5·6·7구역 4곳은 사업성 저조로 해제됐고 3개 구역만 남아 있다.
이 중 ‘천호동 텍사스촌’으로 통하는 천호1구역은 지난해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분양도 마쳤다. 천호뉴타운 중 면적이 가장 넓고 규모가 큰 천호1구역은 대형 재래시장과 집창촌의 70%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이곳은 지난해 9월 공사를 시작해 아파트 999가구와 오피스텔 264가구를 갖춘 주상복합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2024년 완공 예정)’로 재탄생한다.
천호2구역도 2022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지하 4층에 지상 최고 20층의 아파트 2개동이 들어선다. 전용 52~108㎡ 총 188가구 중 156가구가 지난해 ‘힐데스하임천호’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분양됐는데 평균 120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재건축을 진행하는 천호3구역도 지난해 12월 16일 강동구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다. 천호3구역 조합은 이곳 2만3083.7㎡ 규모 대지에 건폐율 20.42%, 용적률 248.45%를 적용한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8개동 규모의 아파트 535가구를 짓는다. 이 중 전용 44~115㎡ 267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전용 59㎡ 7억원대 분양
▷인근 래미안팰리스 대비 40% 저렴
천호뉴타운이든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든 관심이 있다면 투자해볼 만한 지역이기는 하다.
천호동과 성내동은 지하철 5·8호선 환승역인 천호역과 올림픽대로, 선사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가까워 교통 여건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된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데 비해 시세가 낮은 편이다. 입지, 건물 노후도에 따라 다르지만 천호뉴타운 일대 시가는 단독주택 기준 3.3㎡당 평균 25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10여년 전인 2011년 대비 3.3㎡당 100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여전히 서울 평균 아파트값(KB 시세 기준 3.3㎡당 4000만원)보다도 낮다. 또 천호동에는 현대백화점, 2001아울렛 등 복합쇼핑센터가 밀집돼 있어 쇼핑을 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유동인구가 꽤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천호동 로데오거리라고 불릴 만큼 상권과 유동인구가 많고 송파 등 도심과 가까워 주거지로서의 이점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천호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강동구가 ‘강남 4구’로 통하는데 천호동은 강동구 중에서도 강남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라며 “지금은 고덕지구 시세가 천호동보다 높지만 새 아파트와 복합시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천호·성내동이 성매매 집결지 이미지를 벗고 개발을 마치면 ‘제2의 청량리’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내놓는다. 과거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개발을 통해 천지개벽을 한 사례가 있어서다. 마침 지난해 8~10월 천호동에서도 마지막 남은 성매매 업소 4곳이 모두 폐업하면서 천호동 텍사스촌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천호·성내동 시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 최근 공급됐거나 분양을 앞둔 지역의 분양 가격과 이미 입주한 단지 시세를 비교해보면 천호·성내동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분양이 임박한 천호4촉진구역의 일반분양가는 당초 ▲전용 59㎡ 6억7500만원 ▲전용 84㎡ 8억9500만원 선에 매겨져 있었으나 최근 인근에서 공급된 신축 아파트 분양가나 매매 시세를 감안해 가격이 조정될 여지는 있다. 지난해 8월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의 경우 전용 59㎡ 일반분양 가격이 평균 7억5000만원, 전용 84㎡는 평균 9억8600만원대였다. 분양가가 서울 여느 신축 아파트 대비 저렴하다는 인식 덕분에 일반분양 당시 최고 114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5호선 강동역 역세권인 ‘래미안강동팰리스(2017년 7월 입주)’ 시세는 이보다 높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에만 전용 59㎡ 5채가 사고팔렸는데 실거래 가격이 11억6500만~12억3000만원 선이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더블 역세권인 천호·성내동 시세가 비슷하거나 더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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