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회견 자청하더니..정의용 "北원전 어불성설" 비판뿐

박현주 2021. 2.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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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소신' 대신 '북한 원전' 해명만 내놔
"볼턴에게도 USB 전달" 대미소통능력 강조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원전 지원을 검토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에 대해서는 "USB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미국과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쯤 인사청문회 준비팀이 있는 도렴빌딩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원전 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검토도 안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USB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구상은)동해·서해·접경지역 등 3대 경제벨트 중심으로 한 남북 경제협력 구상"이라며 "여러 분야 중 에너지 및 전략 분야 협력이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와 낙후된 북한의 수력·화력 발전 개선 등의 내용이지 원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내용을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이후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대해 설명해줬다"며 "특히 판문점 회담 직후 미국에 갔을 때 북한에 제공했던 것과 동일한 USB를 볼턴 보좌관에게 줬다"고 말했다.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된 경우의 비전이라고 설명했고, 미국은 충분히 수긍하며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입장을 기자회견을 자청해 표명했다. 불과 한 시간 전쯤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주요 정책 사항과 관련해 특별히 할 얘기가 있다"며 기자들의 취재를 요청했다. 그간 출퇴근길에 언론 접촉 기회가 있어도 제대로 된 질문도 받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됐다.
이를 두고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정책관이나 인사 검증 관련 내용도 아니고,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언론 앞에서 "어불성설" "비상식적" 등의 강한 표현으로 의혹 제기를 비판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해명이 꼭 필요하다면 청와대가 나서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수용 북측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당시 국가안보실장)

그렇다고 그가 발표한 입장이 딱히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요지는 북한 원전 건설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거나 실제 북한에 제안한 적도 없고, USB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미 이날 오전 최재성 정무수석이 다 밝힌 입장이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이 볼턴 보좌관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 내용을 전달했다는 내용만 추가된 셈이다. 북한 원전 관련 의혹 해소보다는 북·미 및 남북대화 추진 과정에서 그가 한 역할 때문에 미국 측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해 이런 사실을 공개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회고록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처음 제안한 건 김정은이 아닌 정의용 실장이었다"며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은 한국이 만든 것"이라고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부동산 거래를 통해 지금까지 약 16억 4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작 이처럼 본인과 가족에 대해 제기된 부동산 거래의 부적절성 지적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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