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신규 투자없인 지원 어렵다"..쌍용차 'P플랜' 흔들
쌍용자동차가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최후 카드로 꺼내 든 단기 법정관리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이 흔들리면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재 쌍용차는) 산은의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 부행장은 2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잠재적 투자자가 P플랜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지난달 31일 출국했다”며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은이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 부행장은 "사업계획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 진행이 어려워지면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P플랜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가 논의했던 쌍용차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새 돌파구로 쌍용차가 꺼내 든 카드다.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P플랜을 통해 단기간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계획을 세웠지만 신규 투자자는 물론 채권자 합의도 끌어내지 못하며 상용차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산은은 미래 사업성이 보장된 회생 계획안이 마련돼야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 사업성을 담보하는 게 신규 투자자 유치다. 하지만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보류하면서 산은의 지원 결정도 미뤄진 것이다.
안영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은 “쌍용차의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아 P플랜 진행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탓에 잠재적 투자자가 (최종 의사) 결정을 못 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일정 역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추가 지원에 깐깐한 데는 쌍용차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쌍용차 매출액은 2조9501억원으로 전년(3조6238억원)보다 18.6%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4235억원으로 1년 전 손실(2819억원) 대비 50%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40% 증가한 4784억원이다. 4년 연속 적자가 쌓여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22억원으로 나타났다. 쌍용차가 가진 자산을 전부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안 부문장은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하면 산은이 조기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안 부문장은 “쌍용차 부실의 원인은 대주주(마힌드라)의 경영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만일 신규 투자유치 계약이 무산되면 대주주와 쌍용차가 스스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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