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미얀마 쿠데타 보름전에, 쿠데타 사령관 만난 中왕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전세계 지도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중국만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왕이(68·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보름 전 미얀마를 방문해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훙 흘라잉(64) 국방부 최고사령관을 만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2일 중국(현지시간)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중국과 미얀마의 경제 회랑(CMEC·China Myanmar Economic Corridor)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 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이 구상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라와디 강 유역과 인근 산악 지역에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미얀마의 개발을 도움으로써 미얀마의 주권, 국가의 존엄,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도록 지원하고 미얀마 군이 자국의 개발 전환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등 의료물품을 지원하겠다"며 "중국은 미얀마의 발전을 위해 새 정부가 설립된 후 경제 회랑 건설이 완전히 시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돼 기쁘다"며 "경제 회랑 건설의 가속화를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에 감사하다"고 밝히면서 "홍콩, 대만, 신장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왕이 부장은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도 만났다. 그는 "중국은 미얀마 우방국으로 미얀마 정부의 집정과 자국의 사정에 맞는 발전 전략을 지지한다"며 수지 고문과 우의를 다졌다. 다만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미얀마 고위급 관료를 대거 만나면서 쿠데타 암시도 받았을지 관심이 쏠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런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쿠데타와 관련해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미얀마가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정치 사회의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사태는 G2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 전장이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얀마에 맞서는 이들'에게 경고한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부 독재 사태에 대응하면서도 미얀마가 자칫 중국에 밀착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과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와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려 하는데, 미얀마 군부 독재 사태가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중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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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미얀마 협조 필요한 중국
중국은 국경 문제로 맞서고 있는 인도까지 끌어들여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BCIM)'를 잇는 경제 회랑의 완성을 과업으로 삼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인 대규모 경제 회랑을 완성하기 위해 미얀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첫 해외 순방지로 미얀마를 방문하고 수지 고문과 만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 33건을 체결했다. 이 중 13건이 도로, 철도, 에너지 등 인프라 사업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 소식통은 "미얀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주융바오(朱永彪) 란저우대 일대일로 연구센터 주임교수는 SCMP에 "이번 쿠데타는 미얀마의 해묵은 문제로 인한 결과"라며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요사태가 지속하지 않는 한 중국과의 국경지대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데타를 주도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견제 세력이 없는 미얀마 내 최고 실권자가 됐다. 그는 실권을 잡은 직후 수지 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의 장·차관 24명의 직을 교체하고 군사 정부에서 일할 국방·외무부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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