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원전 문건 공개로 檢 수사도 탄력.."여의치 않으면 특검"

정유진 2021. 2.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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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임박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북원추) 문건을 공개하면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실체를 좇고 있는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 주겠다는 내용의 문건 공개로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에서 불법까지 저지른 사실이 규명되면 정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활용한 北 원전 건설

2018년 산업 부 원전 문건 작성 시점 전후 남북관계 일지

산업부가 1일 공개한 북원추 문건에는 산업부가 신한울 3·4호기용으로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APR1400 원자로 설비'를 활용해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정황이 담겼다. APR1400은 한국형 원전 모델의 핵심 기술로 신한울 3·4호기용으로 이미 제작된 상태였다. 신한울 3·4호기는 2015년 건설이 확정돼 2022년과 2023년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산업부는 이 방안이 "소요 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며 긍정적인 '검토의견'을 문건에 명시했다. 이미 제작한 원자로를 활용할 경우 신포 원전의 공사 기간과 비용이 줄고 남한의 탈원전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문건은 김모 산업부 서기관이 2019년 12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한 530개 파일 중 북한 원전 관련 자료 17개 가운데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이라고 명명된 파일이다. 파일명을 근거로 볼 때 2018년 5월 14일 작성된 문건으로 추정된다.


"너 죽을래"→도보다리 회담→북원추 문건 작성 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스1]

그런데 산업부가 관련 문건을 작성할 당시는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밀어붙이던 시기였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북원추 문건이 작성되기 한 달 전인 2018년 4월 월성 원전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산업부 담당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한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가동을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한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중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이 구속되면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면서까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사실이 일정 부분 드러나는 셈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왜 백 전 장관이 무리하게 직권남용까지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백 전 장관 신병 처리 후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산업부와 청와대 사이 오간 지시 및 보고 사항 등을 조사하기 위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이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으로 같은 달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선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야당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를 건넸고, 여기에 북원추 문건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는 회담 기간 USB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해당 USB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사실이 대전지검 수사로 확인되면 조작 배경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전지검 자체 수사가 여의치 않으면 특검 수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강광우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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