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거리두기는 단체기합, 국민 희생 화수분 아냐" 정부 토론회서 쏟아진 비판
"현행 거리두기는 단체 기합과 같다"(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자영업자들에게 '버팀목 자금'으로 버티라고만 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개최한 첫번째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KTV 국민방송과 복지부 유튜브로 생중계 됐다. 정부는 2차례 공개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조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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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단계 과도하게 엄격"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가 확진자 수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높은 단계를 적용돼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의 경우 10만명당 환자가 1명 미만이면 위험 정도를 ‘억제 단계’로 판단한다. 4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이를 한국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518명 미만'에 해당된다. 해외에선 가장 낮은 단계거리두기 2.5단계(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400명~500명 이상)로 올라가는 수치다.
김 교수는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할 때, 너무 적은 확진자 수에 보수적으로 높은 단계를 적용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가 발표한 각국 코로나 대응 순위를 보면 한국은 12위다. 지난번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고, 우리보다 확진자 수가 많은 일본보다도 순위가 낮다. 확진자 수 외에 사망자 수 검사 접근도, 백신 접근성 등 여러 측면에서 평가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환자가 하루 16만명 이상 쏟아지지만, 방역실패를 단정할 수 없다. 미국의 치명률은 1.68%로 한국(1.82%)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확진자 수에 올인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서 벗어나야 우리가 정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높은 강도의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시설에선 확진자 발생이 미미했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 1월 30일까지 집계한 환자 2만9248명의 집단감염지를 보면, 노래방(0.1%), PC방 등(0.4%), 유흥시설(2.3%), 식당·카페(2.4%), 실내외체육·공연시설(2.4%), 예체능 학원(3.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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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설이 피해봐"
김 교수는 “현재 어떤 소수 시설에서 방역수칙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며 “(잘못 없는)선량한 시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단체 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어떤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라며 "소수의 시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정부 방침을 따르는 다수의 선량한 사람이나 집단이 피해를 보게 되는 건 '단체 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령 10만 개 중에서 세 군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나머지 9만9997개가 문을 닫게 하는 게 과학적인 방식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료 역량에 투자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환자 치료 병상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지난해 9월 14일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가 아닌 1단계로 하향 조정할 수 있었다”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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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효과'에만 매몰
또 다른 발제자인 권순만 교수는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효과’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만 보고 사회적으로 어떤 비용이 드는지 고민을 안 한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학교를 닫으면 방역 효과는 매우 적은 반면,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며 “고용은 감소하고 (학교에 급식재료 등을 납품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는 도산한다.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자살률이 증가했다. 경제는 건강·보건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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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주의식 방역수칙
그는 또 행정 편의주의식 거리두기 대응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단계가 올라가면) 왜 도서관·복지관이 먼저 문을 닫아야 하냐”라며 “학교를 닫으면 아이들이 도서관에라도 가야 하는데 문을 닫는다. 마스크 쓰고 조용히 책보는 데도 말이다. (매장 내 취식을) 식당은 허용하고 카페는 안된다는 것도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면회가 금지된 요양병원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가족의 방문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입원환자의 경우 가족방문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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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문닫힌 자영업자 보상을
전문가들은 ‘환자 0명’이 어려운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거리두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려면거리두기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의 고민은 자영업자 (특히) 영세한 분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 있다”며 “그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고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김윤 교수도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영업자 호주머니, 국민 희생은 화수분인지 (기획재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현재 자영업 대책은 ‘버팀목 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버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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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과 소통 부재
사회 안전망에 대한 보완도 요구됐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 지원시설 집합금지 이뤄지면 (무료급식 중단돼) 기아상태로 떨어진다”며“감염은 없지만, 집단 굶주림 이어진다.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증장애인·노인 등 관련) 사회복지서비스는 시설 위주로 이뤄진다. 일상 생존을 위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라며 “문 닫으면 감염확산 차단할 수 있으나 기본 생존이 안된다. 이런 시설과 정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중수본은 오는 9일 두 번째 토론회를 연다.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수칙을 어떻게 개편할지 주로 논의한다. 한편 이날 토론회장 앞에서는 자영업자 수십여명이 몰려 정부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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