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함타봐라' 지목에 지옥철 탄 김포시장 "숨쉴 수 없었다"

채혜선 2021. 2. 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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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김포도시철도 출근길. 풍무역 승강장에 전동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 정하영 김포시장 페이스북]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매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길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출퇴근 시간대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회사에 다녀서다. 최씨는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대는 기본으로 보내고 나서야 겨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 분노 폭발…“너도 한 번 타봐라” 챌린지 시작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김포도시철도 고촌역 승강장이 전동차를 타려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김포골드라인이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을 빚어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시민들은 자치단체장을 소환하는 챌린지를 제안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정하영 김포시장은 지난 1일 오전 7시 김포골드라인 양촌역에서 김포공항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는 최근 한 김포 시민이 지역 인터넷 카페에 “문제 해결 여론 확산을 위해 ‘#골든라인챌린지_너도함타봐라’ 챌린지를 제안한다. 첫 대상자로 정 시장을 지목한다”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글쓴이는 “김포시민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이라며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러 번 있었지만 한 번도 답변 충족 인원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 챌린지와 관련해 지역 카페에서는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

진즉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에선 김포골드라인 관련 불만이 극에 달했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오면 출근 시간 김포골드라인 타게 할 거다”라는 협박식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골든라인챌린지_너도함타봐라’에 대해선 “시민이 어떤 고통을 받으며 출퇴근하는지 시장과 시의원이 한번 타봐야 한다” “어떤 해명자료보다 더 와 닿을 거다”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지역 카페에선 “김포 사는 연예인을 동참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챌린지 첫 주자로 나선 정 시장은 김포골드라인 탑승 후 “지옥이 따로 없었다.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였다”는 후기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정 시장은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풍무역에서 사람이 꽉 차 열차 2대를 놓쳤다고 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거리 두기는커녕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도 했다.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차량 10량 5편성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은 2량 1편성 차량이 운행 중이다. 다만 3년이라는 전동차 제작 기간을 고려했을 때 2024년 하반기에나 추가 차량이 투입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단기적 해결을 위해 출퇴근 시간대 예비 차량 1대를 투입하고, 혼잡율 사전예고제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역사에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 혼잡율 완화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또 장기적 대안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과 GTX D노선 유치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하나만으로는 김포 지역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용객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챌린지는 행정 진화 과정”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김포도시철도 풍무역 승강장에서 승객으로 가득 찬 전동차를 타지 못하고 서 있다. 연합뉴스

시민 주도의 챌린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민 사회의 긍정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시민 참여”라며 “행정이 진화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단체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관련 정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바람직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상행정을 벗어나 시민 수요에 맞는 행정을 유도할 수 있다”며 “전자정부에서 기대하는 긍정적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장인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챌린지를 정치적 의도 없이 시민들이 순수하게 시작한 거라면 새로운 갈등 해결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챌린지에 지목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며 “정책과 상관없는 이들이 소환되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기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챌린지가 언론과 SNS에서 주목받는 등 공론화가 된다면 새로운 사회운동으로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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