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신한울 3·4호기 탈출구? 원전 문건에 담긴 산업부 묘수
정부는 이례적으로 보고서 원본까지 공개하며 북한 원전건설은 “종결한 내부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각종 논란 외에도 해당 문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바로 건설을 보류한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산업부 속내다. 탈원전 정책으로 찬밥이 된 신한울 3·4호기를 북한 원전건설의 대안으로 끼워 넣은 것은 남북 경협을 신한울 문제 해결에 이용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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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셋 중 2개에 ‘신한울 3·4호기’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향’ 문건에는 총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그 중 첫 번째와 두 번째에는 현재 건설 중단한 신한울 3·4호기를 특정한 활용 방안이 담겼다.
우선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 인근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첫 번째 안에서 "제작 중단한 신한울 3·4용 원자로 등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를 위해 사전 제작한 기기를 북한 원전 건설에 재활용하자는 얘기다.
세 번째 안은 아예 신한울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전력망을 통해 북한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금기어다. 그럼에도 보고서에는 이례적으로 “제작하다가 중단한 원자로 등을 활용함으로써 5000억원 내외 사업비 절감할 수 있다”며 재차 신한울 3·4호기 활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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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신한울 문제 '탈출구'였나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적어도 산업부 내부에서는 남북 경협을 이용해서라도 꼬여있는 신한울 3·4호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7년 10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건설을 중단했다. 당시 탈원전 로드맵은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6기 설립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계획 단계에서 백지화한 다른 4기와 달리 신한울 3·4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을 보류했다.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데다 부지 매입과 주요 기기 사전 제작 등에 7900억원 가량의 천문학적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7900억원 중 4927억원은 두산중공업이 기기 제작에 쓴 자금이다. 만약 사업을 백지화하면 7900억원은 물론이고 두산중공업 등 업체 손해배상 비용까지 더 물어줘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와 한수원 법적 책임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신한울 3·4호기를 남북 경협에 활용한다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뒤집지 않고서도 배상 문제 등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남북경협에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하면 경협자금 등으로 이미 주기기 제작 등에 들어간 매몰비용을 보상해 줄 수 있고, 또 건설 중단으로 인한 원전업계 비난 등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사 내부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해도 남북 경협에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하려고 한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누가 지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한울 3·4호기 문제를 해결하려 탈원전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까 남북 경협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 같다”면서 “다만 정상적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이런 황당한 방법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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