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찾아다닌다"..미얀마 쿠데타에 속타는 진출 기업

최선욱 2021. 2.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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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쌀을 사러 나온 양곤 시민들. AP=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의 양곤 무역관에 파견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직원들은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군부의 쿠데타 이후 통신망이 불안정해져 전화망은 사실상 불통이고, 인터넷은 연결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2일 "양곤 직원들이 현지 기업의 대응 상황 등을 카카오톡으로 서울에 보고하고 있다"며 "통신망이 불안해 ‘어디서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얘기가 들리면 그곳으로 쫓아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20여곳이다. 한 해 평균 30곳 정도씩 늘고 있다. 2018~2020년에만 한국 기업이 미얀마 투자한 돈은 6억6800만 달러(7500억원)다. 진출 대기업으론 효성(1995년)ㆍ포스코(1997)ㆍ삼성전자(2013)ㆍLG전자(2014)ㆍCJ(2016) 등이 있다. 현재 이들 기업의 주재원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혹시 모를 안전 위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 본사 측은 “대사관의 안전 수칙 안내를 적극적으로 따르라는 지침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GS건설은 다리 공사 중단
김용원 효성 미얀마 지사장은 “양곤 시내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재택근무 중”이라며 “차량이 확실히 줄어든 점이 눈에 띄고, 다행히 주변 상점 사재기 자체는 어제보다 덜 하다”고 전했다. 삼성ㆍLG전자 측은 “직원 신변에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면서 현지 추가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회사 모두 현지 매장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있다.

2017년 양곤에 문을 연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사진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미얀마 현지에서 석유제품 중개업을 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한국인 직원 3명도 통신 두절에 대비한 사전 작업으로 하루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현지 업무 사정이 긴박하기 때문에, 양곤에서 서울로 먼저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자세한 상황 파악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무를 멈춘 대표적인 회사는 GS건설이다. 양곤에서 ‘한ㆍ미얀마 우정의 다리’를 짓고 있는 GS건설은 1일부터 작업을 멈추고 직원들을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현지 한국인 직원은 9명이다. GS건설 측은 “대사관 등과 연락 채널을 공유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이 짓고 있는 '한-미얀마 우정의다리' 위치도. 사진 GS건설



신한은행은 예금 인출 제한
미얀마 군부의 계엄령 선포 직후 휴업을 한 은행도 이날 문을 다시 열었다. 현지 군부가 전날 은행에 대한 휴업을 명했다가, 오후 늦게 해제했기 때문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는 은행 14곳, 보헙사 1곳 등 모두 24곳이 있다. 양곤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미얀마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소매금융업은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은행들은 영업재개 뒤 인출 한도엔 제한을 둔 상태다. 개인은 1000만 짯(840만원), 기업은 1억 짯(8400만원)까지다.

최영준 경희대 미얀마연구센터장은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진출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안전 문제는 정부가 외교적 채널을 통해서 미얀마 군부 당국에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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