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밖서 남는 백신 노렸다..춤판 벌어진 '백신 헌터' SNS
25살의 미국 여성 이사벨라 메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알렸다. 발랄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번대로라면 20대의 그는 올 여름까지도 백신을 맞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떻게 백신을 맞을 수 있었을까.
메디나와 그의 친구는 동네 마트에 입점한 약국을 노렸다. 약국 앞에 도착했을 땐 우선 접종 대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몇 시간 정도 기다리자 접종이 얼추 마무리됐다. 카메라를 높이 들어 약국 안을 살펴보니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 보였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상온 개봉 후 몇 시간 안에 접종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
실제로 이날 약국에는 8회분의 백신이 남았다. 메디나와 친구는 남는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접종에 성공했다. 영상은 메디나가 백신 접종 증서를 들고 "조, 우리가 해냈어!"라고 말하며 끝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대선 승리가 확정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흉내 낸 것이다. 지난달 24일 틱톡에 올라온 이 영상은 현재까지 150만명 넘게 시청했다.
현지에서는 메디나와 같이 남는 백신을 노리고 약국이나 접종 센터 주위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을 '백신 헌터(백신 사냥꾼)'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현재 특수 직업군과 고령층 등 우선 접종 순위에 있는 집단이 백신을 맞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 수와 백신 공급량이 맞지 않거나 접종 예정자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서 백신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백신 헌터'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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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속 '백신 사냥'
현지에선 우선 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 남는 백신을 접종하는 일이 공식화할 경우 이를 역이용한 '백신 새치기'가 더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백신 헌터' 덕에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헌터'들이 SNS 과시용 등으로 접종에 나서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몇 시간, 또는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특성상 여유가 없는 이들은 애초에 '헌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런 부작용에 남는 백신을 접종해주면서도 이를 SNS에 자랑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접종소도 생기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백신 헌터는 야외 접종 센터에서 몇 번의 기다림 끝에 운 좋게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그를 접종 장소로 안내하던 자원봉사자는 "SNS에 자랑하지 말아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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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우선 접종자만" …LA "남는 백신 버리지 말라"
남는 백신의 처리 방법을 두고도 지역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며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뉴욕의 경우 남는 백신을 우선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접종할 경우 의료인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간호사들이 남는 백신을 쓰기 위해 75세 이상의 접종 대상자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반면 로스앤젤레스(LA)는 백신 헌터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선 접종 대상자 중 10% 가령이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개봉한 백신이 버려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LA 공중보건국은 지난달 중순 "귀중한 백신의 낭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의료인에게 남는 백신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지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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