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율, 저소득층이 3배 "고령자·만성질환자 많은 탓"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득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사망할 위험이 3배가량 차이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소득 격차가 의료 이용 차이로 이어져 사망률이나 중증도를 높인다기보다, 저소득층이 원래 떠안고 있는 만성질환 등이 건강 불평등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2일 분당서울대병원 이혜진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사망과 소득수준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 이후 5월 15일까지의 확진자 7590명을 분석했다.
이들을 소득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6960명)와 의료급여 수급자(630명)로 나누고,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1882명)과 대구·경북(3990명), 기타 지역(1718명)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발생률(100만명당 확진자)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424.3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136.3명)의 3배 이상이었다. 치사율(사망률)에서도 차이가 나 의료급여 수급자(6.7%)가 건강보험 가입자(2.7%)의 2.5배 수준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망 위험도(교차비)를 따져보니,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62배 높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 최근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며 “많은 나라에서 소수 민족이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김동욱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서비스지원센터장 등이 국내 코로나 환자 914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의료급여 수급자의 사망 위험이 건강보험료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장 가입자보다 2.8배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토대로 흑인과 라틴계 인종 코로나19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전 연령층에서 백인보다 3~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이 연령, 성별, 기저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근경색, 뇌졸중, 암 병력) 등의 특성을 고려해 사망 위험을 다시 분석했더니, 소득수준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코로나 치료를 못받고 이 때문에 사망 위험이 더 커지는 게 아니라 원래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고령이나 만성질환자가 많은데, 이런 코로나 위험 요인이 사망률을 높인 주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소득이 적은 의료급여 수급자일수록 만성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고 고소득자보다 건강 상태가 나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혜진 교수는 “수급권자들이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데다 기본적인 건강 관리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안 좋다”며 “건강 관리의 문제인지 가난해서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병원에 못 가 사망이 많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득 수준이 낮은 인종이 코로나에 취약하단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뒷받침됐다”면서도 “국내에서는 치료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면서 소득 수준 자체가 의료 이용 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치료비 부담을 개인에 지게 했다면 건강 불평등은 심화됐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교수는 그러나 “최근 3차 유행에서는 요양병원이나 교정시설에서의 대규모 감염이 있었고 병상 확보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2, 3차 유행이 지난 지금도 같은 효과가 유지됐을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해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병상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효과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기저질환을 앓거나 고령인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 대상으로 세심하게 관리해 치사율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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