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뜨거운 방 방치해 사지마비..집유 받은 엄마 결국 실형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지법

뇌전증을 앓는 6살 딸을 뜨거운 방에 방치해 심한 화상과 후유증을 남긴 어머니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학대가 일상적이지 않았다"며 집행 유예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가정집에서 A양(6)이 방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양의 몸 곳곳에선 화상 흔적과 함께 진물까지 흘렀다. 하지만 어머니 B씨는 화상 부위에 습윤밴드만 붙여줬을 뿐 딸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5시간 뒤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양의 몸에선 화상 흔적은 물론 '둔탁한 외력에 의한' 멍 자국도 발견됐다. A양은 이 사건으로 뇌 손상을 입으면서 사지 마비 중상해로 혼자 일어서거나 이동도 불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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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마비 결과 의도하진 않아"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
조사 결과 B씨는 A양을 비롯 5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전날 뇌전증을 앓는 A양이 경련을 일으키자 A양을 뜨거운 방에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이 의식을 잃었는데도 남편 C씨에게 전화해 상태를 알리기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또 A양의 언니(8)도 청소용 플라스틱 막대기와 국자 등으로 때리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B씨와 남편 C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중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엄마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 유예 3년을, C씨에겐 별도 혐의가지 포함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학대가 일상적이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A양에 대한 범행도 (사지 마비 후유증 등) 결과를 의도했다기보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아동학대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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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죄질 좋지 않다" 원심 깨고 실형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B씨에 대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아동학대처벌법 5조(아동학대 중상해)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에 대한 기본 양형 기준으로 징역 2년 6월~5년을 제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행위는 피해 아동의 신체·정신적 성장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한다"며 "그래서 입법적 결단을 거쳐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둬 아동학대를 가중 처벌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친모로 자녀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때리고 심한 화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범행의 내용,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남편 C씨에 대해선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B씨를 통해 피해자의 상태를 전해 듣은 뒤, 집으로 돌아와 상황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 등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다섯 아이의 아빠이고 동종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