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가 테러범? '갑질' 과반은 강남3구 아파트"
[김종훈, 유성호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급 아파트와 빌딩에서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폭우가 쏟아지는 날 주상복합에 배달을 갔다. 1층 로비에서 경비원이 제지하며 우비와 헬멧을 벗으라고 하더라. '너희 때문에 로비가 물바다'라면서. '왜 헬멧을 벗어야 하냐' 물었더니, 'CCTV에 얼굴이 나와야 한다'고 하더라. 아파트 자치회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배달라이더 김영수씨가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 문제 해결 요구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접 겪은 일"이라면서 한 말이다.
김씨는 "우리도 노동의 대가를 바라고 일하지만 고급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음식을 받고자 하는 것 아니냐"면서 "갑질을 하고 명령을 하고 자기 아파트값 떨어질까 두려워 (라이더들을) 불쾌해하고 어떻게 자기들 음식을 갖고 온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냐"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씨와 함께 선 배달라이더 홍현덕씨 역시 "여의도에 위치한 상가에 배달을 갔다가 '헬멧을 벗으라'라는 요구를 들었다"면서 "이유를 물으니 '테러 위협이 있다'라는 말을 하더라. 배달라이더가 무슨 테러범이냐. 여의도에는 국회의원님을 비롯해 중요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홍씨는 "화물칸에 탑승해 음식을 갖고 올라가라 하거나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면 라이더를 못 타게 막는다"면서 "라이더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러한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이하 배달노조)는 2일 '배달원의 인권을 무시했다'며 갑질 아파트와 빌딩 83곳(아파트 76곳, 빌딩 7곳)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배달노조에 따르면 피진정인으로 적시된 83곳의 아파트 및 빌딩은 배달원들에게 거주자의 안전과 음식 냄새 등을 이유로 헬멧과 패딩을 벗도록 강요하고, 계단이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아파트 76곳에는 서울 강남구 32곳, 서초구 17곳, 송파구 2곳 등이 포함돼 '갑질'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된 전체 아파트 중 강남 3구에 위치한 초고가 아파트가 과반을 넘었다. 이외에도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에 있는 고급 아파트 13곳도 '갑질을 했다'는 라이더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라이더들이 '갑질'을 제보한 빌딩 7곳은 용산구와 중구,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었다.
▲ 배달라이더 “주문 음식 갖고 왔는데… 왜 범죄자 취급하냐” ⓒ 유성호 |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급 아파트와 빌딩에서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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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배달노조는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과 인권침해는 고급아파트와 고급빌딩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이 만들어낸 현대판 신분제도"라고 주장했다.
"음식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배달라이더가 13만 명을 넘었다. 쿠팡이츠와 배민커넥트 등에 등록된 인원을 고려하면 25만 명이다. 그런데도 일부 아파트와 빌딩은 배달라이더에게 헬멧 벗을 것을 강요하고, 심지어 패딩을 벗게 한다. '왜 그러냐' 물으면 '패딩 안에 흉기를 숨길 수도 있다'는 황당한 답을 한다."
배달노조는 "라이더 인권을 무시하는 요구를 하지 않고 도보 배달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배달라이더의 인권을 보장하고, 라이더를 무시하는 갑질을 중단하라"라고 인권위를 향해 요구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선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배달은 직업 특성상 시간이 곧 급여인데 2중, 3중의 건물을 거쳐야 하는 탓에 5분이면 될 배달이 20분 넘게 걸리고 있다"면서 "고객의 소중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을 왜 화물칸으로 내몰고 헬멧과 조끼를 벗으라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며칠 전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택배 노동자를 지지해 준 덕분"이라면서 "국민들이 생활 방역을 지킬 수 있는 이유에는 라이더의 고단함이 있다. 라이더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급 아파트와 빌딩에서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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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급 아파트와 빌딩에서의 배달 라이더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배달 음식'과 '노동 존중'을 교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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