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몹시 두렵다
[이현웅 기자]
▲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여유 있게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9시에 문을 닫는 카페를 찾을 리가 없다. |
ⓒ 이현웅 |
"9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 지난 2020년 12월 8일부터 비수도권 지역에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해졌다. 처음엔 저 문구 하나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줄 몰랐다.
나는 소도시 군산에서 5년째 음악감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특성상 저녁 8시가 넘어야 손님이 오는데 9시까지만 영업을 하다 보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포장·배달을 할 만한 메뉴는 없고, 매출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2016년에 카페를 연 나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카페 경영의 어려움을 나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몇 년 전,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 GM이 철수하면서 마치 부도라도 난 것 같았을 때도 손님이 없는 것은 자신의 경영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고 피눈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때에도 끈기로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2020년을 맞이하면서 나는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었다. 점점 매출이 상승하면서 어쩌면 5년이 되기 전에 카페 성공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염병 때문에 카페 사업이 흔들릴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1월의 마지막 날, 군산에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도시는 겨울 날씨보다도 더 얼어붙었다. 손님의 발길은 끊어졌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공포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카페 운영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였다. 이 난국에서 곧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10개월 동안 22명에 불과했던 확진자가 11월 한 달 만에 40명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걷잡을 수 없이 속출했다. 급기야 100명을 넘기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었다.
처음으로 시행된 2단계의 영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여유 있게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9시에 문을 닫는 카페를 찾을 리가 없다. 12월 한 달 중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열흘이었다. 다른 날도 한 팀이나 두 팀에 그쳤다. 일 년 중 가장 장사가 잘되는 12월 매출은 작년 대비 10분의 1이었다.
카페 개업 이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폐업을 생각했지만 그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폐업으로 인한 손실이나 전업의 부담도 그렇지만 카페 경영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지난 4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컸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원래의 계획대로 목표에 달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4년간의 데이터가 마음을 붙들었다.
코로나19의 끝이 언제쯤일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고 설령 끝난다 해도 또 다른 전염병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백신에 대한 소식과 손실에 대한 보상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여전히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전염병이 종식된다 해도 이후에 이어질 후유증으로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두렵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는 지금이지만 나는 카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잃은 것이 많지만 모두 잃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카페 경영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을 되짚어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손님들에 대한 관념은 섬세해졌고, 코로나19로 인해 감당해야만 했던 고통이 앞으로의 경영에서 내공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내 결의는 차마 비장하기까지 하다. 절망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지만 이 어두운 터널의 끝에 도달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품는다. 터널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향해,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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