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빼돌려 증여자금 마련..부동산 '아빠찬스' 딱 걸렸네

김남준 2021. 2.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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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끝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편법·불법 주택 증여 사례도 늘어나자 정부가 또 칼을 빼 들었다. 2일 국세청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주택을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1822명에 대해 세무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증여 누락 등 불성실 신고 1176명 ▶아파트 증여액 축소 및 미신고 531명 ▶증여 자금 출처 의심 85명 ▶빚을 끼고 증여한 후 채무 미이행 등 편법증여 30명 등이다. 대체로 지난해에 증여가 이뤄진 주택이 주요 세무조사 대상이고, 일부는 그 이전에 이뤄진 증여도 포함했다.

주택 증여 탈세 의심 사례. 국세청

A씨는 아버지에게 담보대출이 껴 있는 투기과열지구의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아파트를 아버지에게 세를 주는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아버지에게 받은 임대보증금으로 담보대출을 갚았다. 이후 아버지를 내보내고 자신이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임대보증금은 돌려주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가 증여세를 피할 목적으로 대출금을 낀 채 아파트를 받은 뒤, 사실상 이 빚을 아버지가 대신 갚아준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주택 증여 탈세 의심 사례. 국세청

회삿돈까지 빼돌려 아들에게 아파트 증여자금을 마련해 준 사례도 있다. 대형마트 2곳을 운영하는 B씨는 사회초년생인 아들에게 주택과 아파트 분양권을 물려줬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결과 B씨는 매출을 누락하고 허위 경비를 잡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려 아들에게 주택 취득자금을 마련해 줬다.

과거 증여사례를 누락해 증여세를 축소하는 경우도 적발했다. 어머니에게 고가 아파트를 받은 B씨는 부모와 자식 간 증여재산공제액인 5000만원을 빼고 증여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 확인 결과 B씨는 예전에도 아버지에게 비상장법인 주식을 받았고 그때도 5000만원 증여세 공제를 받았다. 현행법상 10년 안에 부모에게 여러 차례 증여를 받았으면 과거 증여액까지 더해 공제 한도를 적용한다. 국세청은 B씨가 예전 증여액을 누락해 세금을 덜 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에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됐다. 뉴시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특히 주택 증여에 단계에서 이뤄지는 탈세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과거에 이뤄진 증여 사례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검증해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통상 증여세 부과제척 기간은 10년이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사기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15년 전 세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

국세청은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단계의 자금출처를 분석해 법인자금 유출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한 주택의 취득 여부를 치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대출이나 임대를 낀 부담부 주택 증여에 대해서는 채무 자력 상환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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