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 과도,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인가"
[박정훈 기자]
▲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 KTV 캡처 |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력하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정부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외국에 비해 '규제는 강한데, 보상은 없는' 시스템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김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개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확진자 수에 '올인'하면 안 된다고 진단했다.
"외국과 비교해 거리두기 강도는 높고, 보상은 낮아"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대가'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사회 전체가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특정계층에 그 경제적인 피해가 집중된다"라며 "국민들의 참여가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의 핵심이라고 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의 피로감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거리두기 체계를 갖춰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방역 전문가들이 너무 보수적으로 적은 확진자 수에서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미국과 유럽 코로나19 확진수 위험도 평가 기준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1명 미만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518명 이하가 되면 안정적인 단계라고 판단한다"라고 지적했다. 어느 수준이 '통제 불가능한지' 정량적인 근거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치중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김윤 교수의 발표자료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패러다임 전환>의 일부 |
ⓒ 김윤 |
▲ 김윤 교수의 발표자료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패러다임 전환>의 일부 |
ⓒ 김윤 |
그러면서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초과사망이 지난해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1만 1893명이 늘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는 국제 평균에 비해서도 약간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노인 돌봄 문제', '학교 문을 닫아서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 '코로나19 의심되는 임산부와 투석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초과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각 시설 유형별로 집단감염이 얼마나 생겼는지를 제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로 규제하는 시설에선 굉장히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온다"라며 "소수의 시설이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집단감염인데, 정작 다수의 선량한 시설이 문을 닫게 만드는 단체기합같은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용실은 10만 개중에 한 개, 식당·카페는 10만 개 중에 3개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 1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
ⓒ 유성호 |
현재 지자체의 역학 조사 인력이 부족해서 집단감염 역학조사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의료체계 감당 능력도 고려하므로, (병상이 확보되면) 훨씬 더 약한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된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9월 중순 평균 확진자가 130명일 때, 병상이 충분히 확보됐더라면 2단계를 한 달 이상 진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겪었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병상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를 위해서 병상을 내놓지 않았고, 정부가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준비와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순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회적 비용 고려 안 하나"
이날 김 교수와 함께 발제자로 나선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역시 '지속가능한 코로나19 대응정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규제의 '효과'만 생각할 뿐, 얼마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지는 전혀 계산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하면 확진자 수가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비용이 크다"라며 "피해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비용을 과소 추계한 것이다.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거리두기에 드는 비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 고용 감소, 소규모 자영업자 도산, 경제 악화,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왜 고려하지 않느냐"라며 "너무 지나치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매달리지 않고 의료체계 감당 역량을 키우면 지금보다 사회적 측면에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들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균 이동량' 같은 추상적인 수치나, '경각심' 같은 상징성이 아닌, 거리두기의 어떤 구성 요소들이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 근거를 마련한 다음 '비용과 편익'을 균형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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