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배들도 추진했던 '정치자금 공개' 외면하나

김삼수 2021. 2.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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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 법안들 살펴보니.. 상시 공개해 투명성 확보해야

[김삼수 기자]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자료사진)
ⓒ 박정훈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과잉입법이 난무하고,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은 외면받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9년 3월,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의 상시 인터넷 공개, 영수증 사본 등 지출증빙서류 사본 교부를 가능케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2021년 1월 31일까지 46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0대에서 추진했던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법안은 제외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월 중순 '정치자금 투명화'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이 왜 바뀌었는지, 왜 정치자금 투명화만 외면 받고 있는지, 그 답을 듣고자 당시 대표발의자와 공동발의자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주요 내용은 ① 정치자금법 개정에 나설 것인지, ② 나설 예정이라면 법률안 발의는 언제쯤 할 것인지, ③ 법률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등이다.

당시 공동발의자 중 21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은 설훈, 김병욱, 안호영, 신동근, 소병훈, 강병원, 이인영, 전해철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대상이다. 이중 국무위원을 겸직하게 된 이인영·전해철 의원은 제외했다.

이에 대해, 대표발의자인 박주민 의원만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추진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나머지 의원들은 답변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공동발의자였던 것은 기억하는지 의문이다. 정치자금 상시 인터넷 공개는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와 국민 알 권리를 위해 학계, 시민사회, 언론계, 심지어 선관위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국민적 요구가 큰 '정치자금 투명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주당의 답변이 필요하다.
  
▲ 21대 국회 '정치자금법 개정법률안' 현황 21대 국회는 정치자금의 '공개'보다 '모금','분배'에만 관심이 많다.
ⓒ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치자금'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자,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분석했다.

21대 국회서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 법안들 살펴보니

의원들은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 보다 '모금·분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안번호 2103066)이 유일하게 정치자금 수입·지출 발생 시 7일 이내 인터넷에 공개토록 하고 있으나, 이는 '지구당 부활'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으로, 온전히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법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후원회 지정권자 확대'뿐이다.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 지방의회의원 후보자·예비후보자의 후원회 설치가 주요 내용이다. '모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외에도 △지구당 제도 부활, △공무원·교원 정치후원금 허용 등이 있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법안은 '국고보조금 감액'과 '국고보조금 지급기준 개선' 등으로 나뉜다. '국고보조금 감액'과 관련된 법안은 △본회의·위원회 회의 불참 시 경상보조금 감액,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의 국고보조금에서 재보궐 선거비용 감액 등이다. '국고보조금 지급기준 개선'은 △청년추천보조금 신설, △여성추천보조금 배분 및 지급기준 개선 등이다.

'투명한 공개'보다 정치자금의 '모금',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의 '배분'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국회의원을 오래 하기 위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정치후원금을 부탁하기 전에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원하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기부했는지', '정치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시민들이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정치자금법 제4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회계보고서 등의 열람 및 사본교부를 규정한 제42조는 정치자금 상시공개와 영수증 등 증빙서류 교부를 막고 있다. 증빙서류가 빠진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서도 검증하기 어렵게 이미지 파일로 제공되고, 이마저도 비용을 신청인에게 청구하고 있다.
  
▲ 한국과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제도 비교 한국과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제도 비교에 따라 드러나는 한국의 정치자금법 문제점
ⓒ 참여연대
 
21대 국회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의 상시 인터넷 공개, 수증 등 정치자금 지출증빙서류 사본교부, 정치자금 항목 통일 등에 나서야 한다.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본회의에서 통과된 '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 지방의회의원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후원회 설치'와 관련, 김영배 의원은 행안위 소속으로, 앞서 발의된 4건의 법률안을 통합해 위원회 안을 만든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른바 '복사 입법'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원욱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도, 행정안전위에서 관련 법안이 대안가결 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가 진행되고 본회의 상정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복사 입법'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에서 대안가결을 주도했던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또한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만 들여다봐도 국민들이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건수쌓기식 과잉입법에 나서는 것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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