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차원이라던 北원전 문건..핵 교수는 "현실성 있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체적인 계획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나온 추진방안 등은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게 관가(官街) 의 평가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산업부가 전날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는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인 2018년 5월14일에 만들어졌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조직 체계부터 거론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사업추진 체계와 관련한 의사결정 기구를 미국ㆍ일본 등 외국과 공동으로 구성하고 사업추진 조직은 남한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TF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참여 여부, 재원 조달 방식, 원전과 비핵화 조치와의 연계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한 추진체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고려사항에는 OPR1000(KEDO 노형이면서 국내 최다 건설된 노형), APR1400(국내외 건설 경험이 있는 최신 노형), APR+(실제 건설 경험 없음), SMART(실제 건설 경험 없음) 등 노형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노형별 건설 기간과 재원, 수출과 연계 가능성을 검토한 대목도 있다.
보고서가 최우선적으로 검토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도 분석적이다. 보고서는 “기존 KEDO 건설 지점은 OPR1000용이며 기본 설계부터 다르다”며 “인근 지역에 APR1400용 부지를 새로 확보할 필요”라고 짚었다. 제작 중단된 신한울 3ㆍ4 원전의 원자로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핵무기 연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보고서는 이 방안의 단점으로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북한 내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전제될 경우 1안(신포에 원전 건설)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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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아사히 "북한, 금호지구 경수로 점검"
공교롭게 보고서가 만들어진 때는 일본 언론에서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2006년 건설 도중 폐기했던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 경수로의 상황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2018년 5월6일)고 보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북한이 신포의 경수로를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교섭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작성 시점과 작성 배경, 삭제 이유 등에 대해 여전히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관가에선 북한 원전 건설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실무자급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개 개인이 상부 지시도 없이 이런 구체적인 문건을 만든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외부 유출을 우려한다면 ‘대외비’, ‘보안 필요’, ‘회의 후 회수 예정’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문서인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막겠다며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과 반박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은 현실성이 있다"며 “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2안을 제외하고, 신포에 원전을 건설하는 1안과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하는 3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내용을 뜯어보면 사무관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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