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IS] "자랑스럽다" 韓 SF 국가대표 '승리호' 전세계 출격(종합)
-넷플릭스 5일 전세계 공개 '韓최초 SF영화' 포문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 첫걸음 함께 -90% 외국인 등장 글로벌 프로젝트…해외 반응은?
'승리호'가 전세계에 드디어 공개된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조성희 감독)' 라이브 컨퍼런스가 2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성희 감독과 주연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이 참석해 영화 공개를 앞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승리호'는 오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다. 지난해 초부터 개봉을 준비했던 '승리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여러 번의 연기 끝에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 대한민국 최초 SF영화의 포문을 연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승리호' 공개가 당초 개봉을 예정했던 시점보다는 많이 길어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일이라는 것 자체가 상업예술을 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점은 대중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하루 빨리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만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제 공개가 몇 일 안 남았는데, 얼른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은 영화를 보는 환경에 대한 말을 센스있게 당부했다. 김태리는 "관객으로서 영화관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분명 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서나마 공개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다만 집에서 보실 때, 사운드를 크게 크게 키우면 훨씬 실감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콕 집어 감독과 배우들의 동조를 자아냈다.
◇10년의 기획 첫걸음
'승리호'는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이 10년 전부터 준비한 기획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날 라이브 컨퍼런스는 지난 달 28일 프레스 시사를 통해 취재진이 '승리호'의 최종본을 관람한 후 진행된 만큼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승리호'를 이끄는 송중기는 "'승리호'는 우주 찌질이, 오합지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정의감조차 없었던 그들이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되고, 지구를 구하게 되는 SF 활극이다"고 소개했다.
'승리호' 주역들은 개인에게도, 또 영화적으로도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도전이 될 '승리호' 합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표했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한민국 감독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고 싶어 할 배우들이다. 때문에 이들을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승리호'를 선택해 준 것이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배우들은 이러한 조성희 감독에 대해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송중기는 "10년 전 '늑대소년'을 찍을 때, 조성희 감독님께서 '이런 이런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재미있겠다'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10년 뒤 진짜 책을 주셨을 땐 마음 속으로 이미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읽었다. 물론 10년 전 내용은 조금 달랐는데 그때도 충격적이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시나리오도 좋았는데, 감독님께서 감사하게 불러졌고, 첫 미팅에 갔을 때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여 주시더라. 준비한 것이 많았고 '애정을 갖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아 신뢰가 들었다"고 진심을 표했다.
진선규는 "나는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했다. 다만 나 역시 첫 미팅 때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을 스케치 한 것을 보면서 믿음이 갔다"고 회상했고, 유해진은 "'과연 시나리오는 재미있는데 어떻게 영상화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걱정도 있었지만, 나 역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최초 SF 영화
'승리호'는 대한민국 최초 SF 영화로 공개만으로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족적을 남길 전망. 때문에 기대만큼 우려도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과 배우들에게는 부담감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랑스러운 '승리호'에 대한 자부심을 더 많이 강조했다.
이는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에도 영향력을 끼쳤다. 조성희 감독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승리호'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로 대사를 하면서 나온다. 그러면서도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그 둘 사이의 위화감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중점 두면서 작업했다"며 "우주 공간은 물체에 닿는 빛의 느낌과 속도감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부담감은 나보다 감독님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뗀 송중기는 "개인적으로는 설레고 기대된다. 왠지 국가대표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도 어린이가 된 것 같은? 친구들과 어렸을 때 함께 봤던 '구니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대신 배경이 우주인 것 뿐이라는 마음이 컸다"고 단언했다.
김태리는 "우리가 SF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고 익숙하다. '우주영화, SF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을 때, '승리호'가 그 모든 상상을 잘 담아낸 것 같다. 나는 우리 영화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한다. '승리호' 이후 나오게 될 SF 영화도 기대되고, 그 시작 지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 같이 힘을 합쳐 촬영을 했다는 점이 뿌듯하고 좋다"며 행복해 했다.
진선규 역시 "설레이고 떨리고 지금 다 같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기도 하다"며 "운동 선수라면 전국체전에 나가는 느낌이다. 아니면 월드컵 본선에 또 진출한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SF 영화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은 너무 근사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자랑스럽다. 꽤 볼만한 영화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고 전했다.
◇韓국가대표 '승리호' 주역들
송중기는 3년만에 거대 작품을 들고 스크린으로 복귀, 관객과 인사한다. 이번 영화에서 송중기는 '승리호 조종사' 태호로 분한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 출신으로 작전 중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고 모든 것을 빼앗긴 후 승리호의 조종사가 된 인물이다. 한순간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돈을 모아 꼭 해야할 일이 있는 듯,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달려든다. 뛰어난 잔머리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늑대소년' 이후 조성희 감독과 또 한번 의기투합한 송중기는 "감독님은 나에게 한번도 멋진 역할을 주시지 않았다. 늘 꼬질꼬질했다"면서도 "하지만 나 자신 자체가 그런 캐릭터들을 사랑해서 그런지 정말 좋다. 또 그런 캐릭터들이 내면적으로는 퓨어하고 말끔하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승리호'는 송중기의 사생활 이슈와 함께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혼 소식을 전한 직후 촬영에 돌입한 영화이기 때문. "김태호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는 송중기는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아무 생각도 없고,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며 "당시 촬영할 때의 나,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과 태호가 비슷했던 것 같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금의 이, 말로는 오합지졸이라 하지만 사랑스러운 크루들을 만나면서 뭔가 더 삶의 끈을 부여잡을 것 같은, 용기를 얻고 의지를 갖게 되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크루들이 태호를 많이 도와준 것 같고 나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충무로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단 한번의 실패없이 승승장구 중인 김태리는 '승리호 리더' 장선장 역할을 맡아 파격 변신을 꾀한다. 올백 단발과 선글라스, 레이저 건을 겨누는 위풍당당한 모습은 새로운 김태리의 얼굴을 확인케 한다. 승리호의 실질적 브레인이자 전략가 장선장은 나이는 가장 젊지만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을 자랑하는 인물. 한때 악명 높은 우주해적단의 선장이었지만 신분을 바꿨다. 늘 술에 절어 막말은 기본, 안하무인의 성격 탓에 승리호 선원들은 물론 거친 우주노동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실제 김태리는 정리되지 않은 맛이 있는데, 장선장은 카리스마 있다"며 미소지은 김태리는 "내가 생각해도 '선장'이라고 하면 떡 벌어진 어깨에 운동을 많이 한 듯한, 딱 봐도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는 인물이 놓여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왜 저를 장선장에 캐스팅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근데 결국 감독님 스타일인 것 같다. 전형적인 것을 벗어나고 싶은, 그래서 오히려 더 힘이 느껴지는. 장선장이 입고 있는 티셔츠도 자세히 보면 귀엽다. 감독님 스타일이 많이 들어간 인물이다"고 흡족해 했다.
'1000만 대세' 배우이자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한 진선규는 왕년 갱단 두목으로 도끼 하나로 지구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보잘것없는 박씨'로 불리는 '승리호 제어기' 타이거 박을 연기했다. 선원들에게는 하찮은 취급을 당하지만, 승리호의 중심 엔진실에서 온몸으로 쉴 새 없이 펌프질하는 중노동 심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신에 그려진 문신과 독특한 드레드 헤어, 트레이드 마크인 티타늄 도끼까지 개성 넘치는 룩을 입은 타이거 박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천성이 착한 마음과 양심을 가졌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다"고 타이거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진선규는 "만족감은 120% 정도 되는 것 같다. 촬영할 땐 '몸을 더 키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너무 잘 찍어 주셨고, 따뜻한 마음도 생각보다 더 잘 보이더라"며 "실제 항구에 정박돼 있던 배의 엔진실에서 촬영을 했는데, 스태프와 감독님의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이때 쯤 액션, 컷이겠지' 추측해 연기한 적도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생한 작품이다. 감사하고 고맙다"고 선량한 속내를 또 한번 엿보이게 했다.
얼굴없는 히든카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는 유해진이 모션 캡처부터 목소리 연기까지 모두 소화했다. 재활용 센터에서 장선장이 업어와 업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로봇은 헤드라이트처럼 빛나는 눈, 쭉 뻗은 기계 팔, 다리로 우주쓰레기를 향해 던지는 작살 솜씨가 일품이다. 우주복을 입어야 하는 인간들과 달리 기동성 또한 최고다. 회계담당이기도 한 업동이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만 언제나 무일푼. 잔소리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승리호' 최고 분위기 메이커이자 마스코트다.
유해진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모니터 볼 필요가 없었던 것도 편하면서 신기했다. '나중에 어떻게 나올까' 매 순간 궁금해 했다. 참고한 캐릭터 없이 그낭 부딪쳤다. 그게 항상 답인 것 같더라. 그리고 극중 패션에 관심이 많고 화장을 즐기며 언니라는 호칭 좋아하는데 로봇이지만 메탈 몸뚱이에 하트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손뽀뽀를 날려 업동이 못지 않은 유해진의 매력을 확인케 했다.
◇전세계 팬덤 이끌 아역 그리고 설리반
'승리호'의 또 다른 주역은 단연 사건의 중심이자 '승리호' 선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아역 캐릭터다. '명탐정 홍길동'에 이어 아역 캐스팅의 신의 한 수를 보여주는 조성희 감독은 "우리 아역 친구들은 요청한다고 해주지 않는다.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 연극처럼 만들어놔야 현장에서 본인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며 "특히 아역 배우들과 함께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른 배우들의 배려와 아량이다. 우리 '승리호' 선원들은 그 점에 있어서 아직도 감동일 정도로 너무너무 아이들을 위해 배려하고 이해해 주셨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지구 밖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UTS 설립자 설리반은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가 열연했다. 조성희 감독은 "처음부터 설리반에게 필요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건장한 체격, 지적인 이미지, 근사한 중년신사. 리처드 아미티지가 그런 부분들을 모두 갖고 있었다"며 "배우 본인이 이 작품에 굉장한 열의와 의욕을 보여 주셔서 같이 일 할 수 있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리처드 아미티지는 영상을 통해 '승리호' 공개를 축하했다. "한국에서 영화 공개를 함께 기념하지 못해 죄송하고 아쉽다"는 리처드 아미티지는 "설리반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시고, 지구 반대편 한국에 불러주시고, 새로운 나라의 모든 것과 문화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영화계가 아주 자랑스러워 할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건 엄청난 성과다"고 말했다.
이어 "환영 받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시고 반겨 주셔서 행복했다. 송중기 씨, 냉면은 여전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리고 김태리 씨, 여전히 내 손가락은 굉장히 아프다"며 "모두 잘 지내시길 바란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2월 5일 공개된다. 나는 런던에서 보고 있겠다. 안전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모두 보고 싶고 곧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젠틀남의 면모를 뽐냈다.
'승리호'와 함께 한 모든 과정에서 '진심'을 느꼈다는 송중기는 "진심이 통하는게 확실히 중요하다. '진심이 통하니까 잘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참 행복했던 현장이었다"고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그 진심이 전세계 관객들에게도 통할지, 오랜 기다림 끝 글로벌 관객들과 만나는 '승리호'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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