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이려 페이퍼컴퍼니로 용역 위장한 민자고속도로

김기찬 2021. 2.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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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자고속도로 교통안전 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인건비를 아끼려 위장 용역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편법으로 근로자를 부린 민자고속도로가 대거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45개 민자고속도로(민자도로 포함) 중 7개 도로에서 399명의 불법파견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5월부터 민자고속도로 운영 기업을 대상으로 불법파견 관련 근로감독을 벌였다. 이들 기업 또는 용역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4220명이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근로자 직종은 요금수납원이 316명으로 가장 많고, 교통순찰과 관제(41명), 도로유지관리(30명), 교통시스템(ITS) 유지관리 12명 순이었다.

이들 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유령회사 설립도 마다치 않았다. 모 대교의 운영사는 다리를 운영하면서 용역사를 설립했다. 출자금 전액을 운영사가 댔다. 대표이사도 운영사와 용역사가 같다. 이렇게 용역사를 만든 뒤 42명의 근로자를 채용해 일감을 전량 몰아줬다. 다른 용역사와 용역 계약은 한 건도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용역사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름만 별도 회사일뿐 실제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42명의 근로자 모두 운영사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운영사와 용역사 간의 계약은 위장도급으로 용역사 직원은 용역사 소속이 아니라 운영사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라는 의미다.

모 민자고속도로에선 법인 또는 운영사가 제작한 업무매뉴얼을 용역회사 근로자가 함께 사용했다. 이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업무가 같아서 원·하청 근로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단체 카톡방과 회의 등을 통해 용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수시로 결재와 보고를 받았다. 고용부는 "회사가 쪼개져 있을 뿐 사실상 하나의 조직체계로 운영되거나 도급인 사업에 수급인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편입돼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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